민주당, 국회 장악…더 단단해진 ‘이재명 체제’

2024-04-11 13:00:01 게재

22대 총선, 전권 행사하며 승리 이끌어

대선 패배 후 ‘정치적 부활’ 성공 평가

사법리스크·거대야당 책임론 변수로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과반을 훌쩍 넘는 당선인을 배출하면서 국회 다수당을 지켜냈다. 이재명 대표는 ‘단독 과반’ 목표를 뛰어넘어 사상 최대의석으로 평가받은 4년 전 총선 수준의 승리를 거두며 확고한 리더십을 구축하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대선 패배 후 위기에 몰렸던 민주당을 이끌어 ‘이재명 체제’로 재편하고 정국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뜻이다.

개표방송 지켜보는 이재명 후보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인천 계양구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부인 김혜경씨가 11일 인천 계양구에 마련한 본인의 선거사무소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임순석 기자

이재명 대표는 11일 선대위 회의에서 “총선결과는 국민들의 위대한 승리”라며 “국민의 소중한 뜻을 민주당이 전력을 다해 받들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여야 정치권 모두가 민생경제 위기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민생문제 해결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정권심판론’의 결과라고 하지만 민주당 압승 결과는 이 대표의 정치적 성과로 이어진다. 이 대표는 총선 공천부터 선거운동까지 사실상 전권을 행사했다. 스스로 목표로 제시한 ‘단독 과반’ 달성 여부에 본인의 정치적 운명이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당 안에선 비명계의 탈당·공천 파동 등을 겪으면서도 당의 분열을 최소화했다는 점을 주목한다. 서울 한 재선의원은 “공천을 두고 왈가왈부 했지만 결국 이 대표가 이끈 선거에서 대승했다”면서 “단일 선대위 체제로 전국단위 선거를 승리로 이끈 정치적 과실을 (이 대표가) 고스란히 갖게 됐다”고 말했다. 호남 한 초선의원은 “공천이나 선거운동에서 이 대표는 하고 싶은 것을 거의 다했고, 유권자들은 이를 용인했다”면서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은 다음 대선까지 이 대표 원톱 체제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내 친명계가 확실한 주류로 등장하는 선거라는 해석도 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고천에서 42.5%의 현역의원을 물갈이 했는데 비명계 인사들이 대거 교체됐다. 이 대표와 지근거리에 있던 인사들은 물론 친명계를 자처하는 초선의원이 대거 국회에 들어온다. 원내에서도 이 대표 리더십이 단단해지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뜻이다.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치러지는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 구성은 물론 8월 전당대회에서 친이재명 체제의 재등장이 유력하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 대표측에선 “8월 전당대회에 나설지 여부는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비명계나 이 대표의 경쟁상대가 될 만한 중진인사들이 사라진 상황에서 이 대표의 연임을 요구하는 주장이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번 총선에서 이 대표가 정치적 성과만 챙기는 것은 아니다. 정부여당에 대한 강력한 견제를 주문한 표심을 민주당이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느냐로 결론이 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180석의 의석을 확보하며 원내 다수당의 위치를 차지했지만 지지층의 요구를 다 수용하지는 못했다. 쟁점법안 일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좌절되면서 비판이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조국혁신당 등 협력관계의 야당을 포함하면 법안 단독처리, 신속처리안건 지정(패스트트랙) 등이 가능한 의석이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21대 국회의 반복일 수밖에 없다. 정부여당과 진전된 관계설정을 끌어내지 못하면 국회 낸 갈등관계가 22대 국회에서도 재연된다는 의미다. 절대다수 의석을 갖게되는 민주당으로선 그 책임론의 한가운데 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내에선 전반기 국회를 이끌 국회의장 후보로 누구를 낙점하는지를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 측근그룹에선 윤석열정권 심판 목소리를 강하게 내온 추미애 당선인을 적임자로 꼽는다.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이태원 참사 △채상병 의혹 △양평고속도로 △김건희 여사 명품백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 등 각각에 대한 특검을 전반기 중에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검찰독재 조기종식’ 등 선명한 야당론을 강조하고 있는 조국혁신당은 “개원 즉시 한동훈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첨예한 대립구도가 등장할 경우 이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관심이다.

무엇보다 아직 해소되지 않은 ‘사법 리스크’ 변수가 크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허위사실 공표(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검사 사칭 위증교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총선 기간에도 재판에 출석하느라 선거운동을 미루거나 유튜브 영상 등으로 대체해야 했다. 압도적인 국회의석과는 무관하게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이 갈릴 수 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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