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집중 검찰 수사,여권도 향할까

2024-04-12 13:00:21 게재

야당 압승 후 ‘김건희 여사 의혹’ 수사 압박 커져

'민주당 돈봉투·울산선거개입’의혹 속도낼지 관심

22대 총선에서 야당이 대승을 거두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다루는 검찰 수사 향방에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은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윤석열정부 출범 후 야권 인사를 겨냥한 수사에 치중했던 검찰로서는 부담이 커진 모습이다. 여권 인사가 연루된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라는 압박도 증대되고 있다.

당장 총선 후 검찰이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여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지 주목된다.

대검찰청 앞 행진하는 조국혁신당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비롯한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 2021년 1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을 기소했지만 김 여사 의혹에 대해선 아무런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2월 권 전 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최소 3개의 김 여사 계좌가 주가조작에 활용됐다는 점을 인정했고, 검찰 스스로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가 23억원의 수익을 거뒀다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기까지 했지만 김 여사에 대해선 아직까지 서면조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총선에서 압승한 야당은 벌써부터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압박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12석의 의석을 얻어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은 총선 후 첫 일정으로 11일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 여사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국민들은 검찰이 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지 않느냐고 꾸짖고 있다”면서 “김 여사를 즉각 소환해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조 대표는 또 명품백 수수 사건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당장 소환해 왜 명품백을 받았는지, 그 명품백은 어디에 있는지, 그 대가로 무엇을 약속했는지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한 차례 무산됐던 김 여사에 대한 특검이 재추진될 가능성도 크다. 조 대표는 선거 기간 ‘김건희 여사 종합특검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이날도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특검 명분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한 조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사인의 실체를 규명하고 인적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필요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수사 대상과 방식의 제한 없이 실체 규명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가 다시 속도를 낼 지도 관심사다. 이 사건은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20여개의 돈봉투를 살포했다고 의심받는 사건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무소속 이성만 의원과 민주당 허종식 의원. 임종성 전 의원 등 3명을 돈봉투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기고 나머지 수수 의심 의원들에 대해서도 수사해왔지만 총선과 맞물리면서 속도를 내지 못해왔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한 조 대표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재수사 역시 총선 이후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이 사건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가 민주당 송철호 후보 당선을 위해 개입했다고 의심받는 사건이다. 1심에서 관련자들이 유죄를 선고받자 검찰은 지난 1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던 조 대표와 임 전 실장에 대한 재수사에 나섰다. 지난달 7일에는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하기도 했지만 선거가 다가오면서 수사는 더디게 진행돼왔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선 이들 사건에 대한 수사가 총선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야권이 압승하면서 검찰 수사가 힘을 얻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돈봉투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를 ‘정치적 수사’라고 비판해왔던 해당 의원들의 반발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의 피의자인 조 대표 역시 이번 선거에서 원내 입성에 성공하면서 검찰의 수사 부담이 커진 모양새다.

이밖에 이재명 대표 캠프 관계자 연루 의심을 받는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이 대표와의 재판거래 의심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사건 등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검찰 관계자는 “신속하게 실체를 규명하는 것이 수사팀의 책무라 생각한다”며 “필요한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가 야권에 집중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떤 의도를 갖고 특정인을 수사한다고 오해하는 부분이 없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