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합병 반발’ 메이슨에도 배상

2024-04-12 13:00:22 게재

국제중재재판소, 438억 지급 명령

엘리엇 이어 한국 정부 책임 인정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발해 제기한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절차’(ISDS)에서 한국 정부가 약 438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정이 나왔다. 지난해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이어 또다시 한국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것이다.

12일 법무부에 따르면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전날 메이슨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한국정부에 3203만876달러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메이슨이 청구한 손해배상금 약 2억달러의 16%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이날 환율 기준으로 약 438억원에 달한다.

중재판정부는 또 한국 정부가 메이슨에 법률비용 1031만8961달러와 중재비용 63만유로도 지급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배상 원금에 지연이자, 법률·중재비용을 합하면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할 금액이 8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메이슨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며 2018년 9월 ISDS를 제기했다. 당시 합병의 목적은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것이었는데 삼성으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등을 통해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게 메이슨의 주장이다. 당시 메이슨은 삼성물산 지분 2.18%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은 삼성물산 주주로서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ISDS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국민연금은 국가기관이 아니어서 메이슨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는 논리로 맞섰다.

양측의 공방을 심리한 중재판정부는 메이슨측 주장에 일부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6월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메이슨과 같은 취지로 제기한 ISDS에서도 한국 정부가 5358만6931달러를 지급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지연이자와 법률비용 등을 합치면 정부가 물어줘야할 금액은 1300억원대에 달한다. 정부는 FTA상 관할 위반 등을 이유로 판정에 불복해 지난해 7월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법무부는 “판정문 분석 결과 및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추후 설명자료를 배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