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원유의존도 72%' 이란-이스라엘 갈등 촉각

2024-04-15 13:00:01 게재

호르무즈해협 봉쇄되면 석유가격 급등 직격탄 … 산업부, 종합상황실 설치

이란과 이스라엘 갈등이 고조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또다시 에너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동산 에너지수입이 많아 확전여부에 촉각이 곤두서는 상황이다.

1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 중동산 원유 수입비중 71.9%, 천연가스(LNG) 수입비중 31.4%로 중동비중이 매우 높다.

중동산 원유 수입비중은 2016년 85.9%, 2017년 81.7%에 달했는데 원유도입선 다변화정책, 미국산 원유도입 확대 등으로 2021년 59.8%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다시 상승세로 전환해 지난해 71.9%를 기록했다.

이 기간 미주산 원유 비중은 2017년 4.0%, 2021년 21.3%, 2023년 19.1%로 중동산과 반비례 곡선을 그렸다.

다만 국가별 원유 도입량은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2위였다. 사우디산은 전체 수입 물량 중 31.0%를 차지했고 미국산은 14.2%로 조사됐다.

미주산 점유율이 하락한 이유는 멕시코산 원유 도입량이 전년 대비 25.2%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중동 석유수송로 과연 안전한가’ 보고서에서 “사우디(중동)에서 원유를 선적해 우리나라 울산항으로 오기까지 약 21일(총 1만2000km)이 소요된다”며 “페르시아만~호르무즈해협~인도양~말라카해협~남중국해~동중국해를 지나오는 석유수송로는 매우 혼잡하며, 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한 지역의 연속”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오만과 이란사이에 위치한 호르무즈해협은 하루에 통과하는 석유가 약 2100만배럴로 세계 석유소비량의 약 21%를 차지한다.

사우디 이라크 쿠웨이트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를 수출하기 위한 주요 통로로 세계 에너지공급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물류조사업체 보텍(Vortexa)사에 따르면 사우디가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가장 많은 원유를 수출했으며, 이 해협을 지나간 원유 67%가 한국 중국 인도 일본으로 수출된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일시적이라도 석유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지 못하면 상당한 공급충격이 발생해 석유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며 “다른 해상 수송요충지들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다른 경로로 우회할 수 있지만 호르무즈해협은 다른 대안이 없다”고 우려했다.

물론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는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송유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체 물량의 30% 수준이어서 근본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국제유가(중동산 두바이유)는 지난해 10월초 배럴당 93달러에 달했다. 미국의 러시아·이란 추가 제재, 리비아 석유수출터미널 폐쇄 등의 영향이 컸다.

이후 올 1월 78달러까지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세로 전환해 12일 기준 90.48달러를 기록했다.

에너지컨설팅사 래피던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무력충돌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이어진다면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치솟을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최남호 2차관 주재로 에너지, 공급망, 수출 등과 관련한 긴급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산업부는 점검결과 현재까지 석유·가스, 수출입, 공급망 등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이스라엘 확전 등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적기에 대응하기 위해 2차관을 실장으로 하는 종합상황실을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석유·가스, 무역, 공급망 등 산업부 소관국과 유관기관이 분야별 비상대응팀도 가동한다.

원유 등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국제유가 상승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유가가 오르면 전기·가스 등 에너지가격 인상 압력이 커지고, 제조업 전반의 생산단가가 올라가면서 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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