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지부 차관 직권남용 고소

2024-04-15 13:00:01 게재

1300여명 모여 이르면 15일 … 총선 패배 후 정부 ‘침묵 모드’

대통령실과 정부가 총선 후 의대증원 등에 관해 원론적 입장만 밝히고 있어 의정갈등의 해법이 묘연하다. 이런 가운데 사직 전공의 1300여명이 이르면 15일 오전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대한의사협회 등에 따르면 정부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15일 박 차관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소하기로 했다.

해당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 강행에 따른 각종 정책의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또 정당한 사유 없이 수련계약을 갱신하지 않거나 계약을 포기한 전공의들을 향해 ‘진료 유지 명령’을 발령했다.

이후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 행정처분 사전통지를 보낸 뒤 의견 제출 기한이 지난 전공의들을 상대로 면허정지 처분을 밟겠다고 밝혔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는 전체의 90% 이상인 1만여명에 달한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 의사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및 사과, 업무개시명령 폐지 등의 요구에 정부가 응하지 않으면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원론적 입장만 밝혀 = 이런 가운데 정부가 총선 후 의대증원 등 의료개혁에 관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의정 갈등은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5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의 의료 개혁 의지는 변함없다”며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4대 과제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이날 회의 후 예정됐던 중대본 브리핑을 취소했다.

정부는 의료공백 사태 속에서 중대본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을 통해 의료개혁 필요성을 알려왔다. 그러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전날인 지난 9일부터 브리핑을 중단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15일 브리핑을 재개하면서 의료개혁 방향성을 밝힐 것으로 예상했으나 돌연 일정이 취소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새로운 안건이나 추가로 새롭게 드릴 말씀이 많지 않아서 브리핑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는 의협을 중심으로 의견을 모으는 모양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4일 열린 브리핑에서 “의협을 중심으로 모든 의사가 뭉쳐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의협과 의대생 전공의들의 일관된 입장은, 의사단체의 단일한 요구는 의대증원 원점 재논의”라며 “비대위는 전공의와 학생들의 입장을 끝까지 관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단 유급 가능성 오히려 커져 =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학칙에 따른 ‘유효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이 계속 늘고 있다.

14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달 12~13일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개교, 38명이 추가로 유효 휴학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누적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이로써 1만442건이 됐다. 이는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1만8793명)의 55.6%에 해당하는 규모다.

유효 휴학 신청은 학부모 동의, 학과장 서명 등 학칙에 따른 절차를 지켜 제출된 휴학계다.

교육부는 형식 요건을 갖췄더라도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가 아니어서 허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편 학생들이 대량 유급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이번주까지 전국 의대 80%가량이 수업을 재개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사실상 수업을 거부하고 있어 수업일수 부족에 따른 집단 유급 가능성도 있다.

대부분 의대 학칙상 수업일수의 1/3 또는 1/4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준다.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가톨릭관동대·가톨릭대·건국대 분교·건양대·경상국립대·계명대·단국대(천안)·대구가톨릭대·동아대·부산대·성균관대·연세대 분교·울산대·원광대·전남대·조선대 등 16개 대학 의대가 15일 개강한다.

이미 개강했거나 휴강을 끝내고 수업을 재개한 대학도 가천대·경북대·경희대·고려대·동국대 분교·서울대·연세대·영남대·이화여대·인제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한림대·한양대 등 16개교에 달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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