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장 임명 더 늦어지나

2024-04-15 13:00:10 게재

총선 참패 정부 인적쇄신에 후순위 밀릴 수도

‘채 상병 특검’ 급물살 …‘늑장수사’ 비판 부담

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4.10 총선이 불러올 파장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정부가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예고하면서 지지부진한 후임 처장 인선이 더 늦어질 수도 있어서다. 수장 공백 장기화로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 주요 사건 수사가 늦어지는 동안 국회에서 특별검사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도 공수처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귀국하는 이종섭 전 대사 해병대 채 모 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전 주호주 대사가 지난달 21일 오전 정부 회의 일정 참석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로 들어서고 있다. 이 전 대사는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 결정으로 지난 3월 10일 호주로 출국한 지 11일만에 귀국했다.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이 각각 지난 1월 20일과 1월 28일 임기만료로 퇴임한 이후 공수처는 석 달 가까이 지휘부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8차례 회의 끝에 지난 2월 29일 판사 출신 오동운 변호사와 검사 출신인 이명순 변호사를 공수처장 후보자로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인사 검증 등을 이유로 최종 후보자 지명을 미뤄왔다.

차기 공수처장 인선이 늦어지는 동안 김선규 수사1부장마저 자신의 검사시절 수사기록 유출 의혹 사건과 관련해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공수처는 한동안 ‘대행의 대행의 대행’이라는 기형적인 체제로 운영되기도 했다. 현재는 김 부장이 다시 복귀해 처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당초 법조계에선 대통령실이 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공수처장 후보자 지명을 늦추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했다. 이에 따라 총선 직후 곧바로 공수처장 임명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공수처 역시 총선 이후 처장 후보자가 지명될 것으로 기대하고 인사청문회에 대비해왔다.

하지만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언제 공수처장 후보자가 지명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부의 대대적인 인적쇄신이 예상되는 까닭이다. 인적교체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은 공수처장 후임 인선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사건처리 방향 등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고 책임질 지휘부의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채 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 감사원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감사 의혹 등 공수처의 주요 사건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해왔다.

이런 가운데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야권을 중심으로 채 상병 사건 특검 도입이 본격화되는 것도 공수처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공수처의 ‘늑장수사’가 도마에 오를 수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을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관련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한 것은 지난해 9월이지만 공수처는 올해 1월에서야 국방부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주요 피의자들에 대해선 조사조차 못했다.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직후 4시간 동안 약식조사한 게 전부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이달 3일 본회의에 자동부의된 상태다. 민주당은 다음달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고 여당 주도로 본회의에서 부결시켰던 ‘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과 달리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선 여당의 이탈표가 예상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채 상병 특검이 가동돼 공수처가 이렇다할 성과 없이 사건을 이첩할 경우 미흡한 수사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공수처는 일관되게 차기 공수처장이 빨리 임명되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현재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