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미래차 전환 모델’, “노사협력·정부지원 필요”

2024-04-16 13:00:02 게재

고용부 장관, 미래차 투자 격려 … 2018년 이후 정규직 채용 ‘0’, 계약직 채용 → 해고 반복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을 찾아 “르노코리아의 미래차 프로젝트가 부품업체의 고용안정까지 가져오는 미래차 전환의 우수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치하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정의로운 산업전환이 아니다”며 “기업 주도의 비용절감 산업전환”이라고 비판했다.

생산기술 발전과 기후위기를 맞아 내연기관차에 생산에 주력하던 자동차산업은 미래자동차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3월 기존 내연차 중심 생산체계를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미래차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부산공장에 향후 3년간 설비교체비용 등 1180억원을 투자하고 200명을 신규 고용하는 ‘오로라프로젝트’를 발표했다. 2027년까지 전기차 모델 개발·확정 시에는 1조5000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장관은 이날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을 방문해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이사와 김동석 르노코리아노조 위원장 등과 만나 간담회를 진행했다.

자동차업 산업전환 현장 둘러보는 이정식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미래 차 생산으로 전환을 준비 중인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을 방문해 자동차업계의 산업전환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고용노동부 제공

이 장관은 “르노코리아가 부산공장을 미래차 전환기지로 삼아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생산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며 “기존 내연차 관련 부품 제조업이나 정비업에서 경영상 충격이나 근로자 고용불안이 발생하는 반면 미래차 관련 시장은 확대돼 새 일자리 창출도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전환 초기단계 과제는 경쟁력 있는 산업전환을 촉진해 위기보다 새 기회가 되도록 대응하는 것”이라며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 등에 관한 법률(산업전환고용안정법)이 25일부터 시행되는 만큼 고용안정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지원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정의로운 산업전환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복수노조의 하나인 금속노조 르노코리아지회는 “고용부 장관은 르노코리아가 계약직 청년노동자를 썼다 버렸다 하는 것을 응원하러 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지회는 “고용부 장관이 정말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과 청년 일자리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상시 업무에 계약직 채용을 반복하는 르노코리아에 정규직 전환과 채용을 권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도 성명을 내고 “지난해 실적 부진을 이유로 비정규 노동자를 내보내면서 갱신기대권을 무력화하는 퇴직원을 접수하고 동종업계 2년간 취업을 금지하는 계약을 체결한 회사에 정부는 다시 비정규직 인턴 채용을 위해 막대한 뒷돈을 대면서 ‘미래차 프로젝트 성공’과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전’을 말하는 것은 견강부회”라며 “기업이 계약직·비정규직을 쓰고 버리는 행태가 정부지원 사업과 함께 진행되는데 이는 정부가 불안정 노동을 양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비정규직 근로자 340명의 계약을 연장 없이 종료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계약해지된 비정규직 중 일부가 이번 신규채용에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신규채용도 일반 생산계약직 채용이다. 르노코리아는 일반 생산계약직 채용과 정부 사업인 ‘미래내일 일경험 사업’을 통한 채용이다. 일반 생산계약직은 근무개시일부터 올해 12월까지이고, 미래내일 일경험 사업 채용은 정부지원 사업이기 때문에 근무시작일로부터 5개월이다.

미래내일 일경험 사업 채용은 정부가 청년채용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작한 사업으로 지원자가 현장에서 일하면서 직무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정부로부터 참가자 1명당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받는다. 5개월 인턴이 끝나면 일반 생산계약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

르노코리아는 채용 홈페이지에서 ‘최장 2년을 넘지 않는 계약기간’이라고 명시했다. 비정규직을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기간제법)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회에 따르면 르노코리아가 2018년부터 정규직 채용을 단 한명도 하지 않고 계약직 으로 고용했다가 계약만료 해고하는 방식을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르노코리아는 정규직보다는 계약직을 늘려 인건비 절감을 통한 산업전환의 성과를 내려고 한다고 전망했다.

금속노조는 성명에서 “르노코리아는 정부 지원사업으로 계약직을 재채용하고 있다”며 “이것은 정의로운 산업전환이 아니라 불안정 노동의 확산책”이라고 비판했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상생의 노사관계를 위해 노동조합과 지속적인 소통을 해오고 있다”면서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차를 비롯해 회사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임직원들의 고용안정에 초석이 될 미래차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노사가 함께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르노는 부산에서 가장 고용규모가 큰 제조업”이라며 “그간 노사가 여러 어려움을 겪었고 이제는 서로가 신뢰를 쌓아 가고 있고 정부도 르노가 새로운 미래차를 계기로 노사가 협력해 고용안정과 창출을 이어가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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