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세기업 중대재해, 협동으로 해결하자

2024-04-17 13:00:19 게재

김병우 다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은 기업의 안전보건조치를 강화하고 안전투자 확대를 통해 근로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명시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먼저 시행됐다. 2년 유예기간을 거쳐 올 1월 27일부터 5~49인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됐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대상이 아니다.

중처법 제정은 그간 현장에서 이어지는 근로자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방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 한해에만 2062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2023년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598명이다. 매일 1.6명의 근로자가 사망한 셈이다. 지난해 644명보다 줄어든 게 다행이다. 중처법 시행 후 사망사고가 감소한 것이다.

기업규모별로 살펴보면 50인 이상은 244명으로 지난해보다 4.7% 감소했다. 50인 미만은 354명으로 8.8% 줄었다. 특히 50인 미만의 경우 중처법 적용 직전인 2021년 사망자는 670명이다.

중소기업계와 건설업계는 준비부족을 내세워 ‘2년 유예’를 요구했다. 최근에는 단체행동으로 국회를 압박했다. 1월 31일 국회 본관을 시작으로 수원 광주 부산에서 결의대회를 이어갔다.

중소기업중앙회를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단체 9곳은 지난 1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305명이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중처법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사망하는 사고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중소기업계와 건설업계 마음도 똑같을 것이다. 다만 법이나 제도가 현실과 맞아야 효과를 낸다. 소기업과 영세기업은 중처법을 지키기에는 너무 버거운 것도 현실이다.

국유림을 관리하는 국유림영림단 상황도 마찬가지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연간 221조원이른다. 국민 1인당 연간 428만원의 공익적 혜택을 받고 있다. 국유림영림단의 산림관리가 있기에 가능하다. 하지만 영림 작업환경은 열악하고 고령자가 많아 영림단은 중대재해에 노출돼 대비가 시급하다.

방법이 없을까. 민-관의 협력적 거버넌스에 그 길이 있다. 소기업이나 영림단 등 영세기업들은 독자적으로 근로자 안전보건체계 갖추고 관리할 수 없다. 따라서 공동으로 근로자안전보건관리 회사를 설립하고, 이 회사에 안전보건관리 업무를 위탁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협동조합의 경우 회원사의 안전보건관리를 연합회 또는 협회 차원에서 방안을 만들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제도 정착을 위해 공공의 협력적 지원이 중요하다. 정부는 협동화로 해결하는데 걸림돌이 없도록 도와줘야 한다.

일하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보호는 무엇보다 위대한 가치다. 민, 관, 기업 그리고 사회의 기본 의무이기도 하다. 중처법을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산업재해방지를 위한 현실적이고 협력적인 방안을 찾는데 좀더 주력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