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번째 기억식…언제쯤 온전한 추모제 열릴까

2024-04-17 13:00:29 게재

16일 세월호 참사 10주기 맞아

안산·인천·진도 등서 ‘노란 물결’

국가책임 인정·대통령사과 요구

16일 오후 3시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올해도 추모제가 아닌 ‘기억식’이 열렸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단원고 학생 등 희생자들이 안치될 생명안전공원은 아직 첫삽도 뜨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들은 대부분 사망신고도 못하고 온전한 추모제를 열지 못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이날도 '국가책임 인정, 대통령 사과' 등을 요구하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에서 4.16합창단과 시민합창단이 기억합창을 마친 후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안산 연합뉴스

기억식이 열리는 화랑유원지 무대에는 진도 팽목항의 빨간색 등대 모형이 설치됐다. 양옆에는 ‘국가책임 인정’ ‘대통령 공식 사과’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보였다. 참석자들은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어깨엔 노란색 나비 모양의 종이를 붙였다.

4.16재단이 주최하고 해양수산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경기도, 경기도교육청, 안산시가 주관한 기억식에는 유가족과 여야 정치권 인사, 이태원참사 유가족, 일반시민 등 3500여명이 참석했다. 기억식은 단원고등학교 희생자 250명의 이름을 부르며 시작됐다.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추도사에서 “화랑유원지에 올해 말 착공하는 4·16생명안전공원과 목포신항만에 건립되는 국립세월호생명기억관 등을 계획대로 추진함에 모자람이 없게 하겠다”면서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비극을 기억하고 그간의 무뎌지지 않은 아픔을 큰 교훈으로 삼아 재해와 사고로부터 자유로운 바다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16일 오후 3시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제공

김동연 경기지사는 “세월호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나 지났지만 정부가 책임인정, 공식 사과, 재발 방지 약속 모두 하지 않았다”며 “세월호의 교훈이 우리 사회에 온전히 뿌리내리도록 이번 정부에서 하지 않는다면 다음 정부에서라도 끝까지 기억하고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이민근 안산시장도 “고귀한 희생자들의 평온과 영면을 기원하며 이번 10주기를 기점으로 앞으로 더 화합되고 치유된 안전한 안산이 되기를 소원한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해 다시는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김광준 4.16재단 이사장은 “10년이면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나아가기에 부족함이 없는 세월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그 10년을 허송세월로 보낸 것 같다”면서 “그러나 좌절하지 말고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세력과 싸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 1반이었던 고 김수진양의 아버지인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의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를 처벌해 다시는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지만 국가가 이런 요구를 묵살하고 방해하고 탄압했다”면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는 생명안전기본법과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세월호 침몰 지점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 해역에선 선상 추모식이 열렸다. 목포해양경찰서가 준비한 3000톤급 경비함정에 몸을 실은 유가족들은 침몰 해역에 도착하자 하얀 국화를 바다에 던지며 먼저 간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했다.

김병권 가족대책위 초대 위원장은 추도사를 통해 “희생자들을 대신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비슷한 참사가 이어지는 것을 보니 우리가 바라던 사회는 아직 오지 않은 것 같다”면서 “국가는 조속히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을 하라”고 촉구했다.

추모식을 마친 유가족들과 4.16재단 관계자들은 녹슨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 신항으로 옮겨 시민단체가 주최한 추모 기억식에 참석했다.

이날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에선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식이 열렸고 서울 대전 등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과 함께 하는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행사가 진행됐다.

곽태영·방국진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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