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정상들, 이란 추가 제재 논의

2024-04-18 13:00:02 게재

브뤼셀서 EU 정상회의

중 관영매체 이중잣대 비난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이란에 대한 추가 제제 방안을 논의했다. 시리아에 있는 이란 영사관이 공격받은 데 따른 보복으로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한 것이 빌미가 됐다. 27개국 EU 정상들은 17일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막한 EU 특별정상회의에서 중동 사태와 우크라이나 추가지원, EU-튀르키예 관계 등 외교안보 현안을 논의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회의 시작에 앞서 “지난 주말 (이스라엘) 공격에 사용되고 (러시아에 의해) 우크라이나에서도 사용된 미사일 및 드론 제조에 도움을 준 모든 이들에 대한 제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제제를 확대하고 그 제재들이 이란 정권을 겨냥하도록 보장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고 부연했다.

카를 네하머 오스트리아 총리는 “대이란 제재를 강화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수단이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상회의에 앞서 전날 열린 EU 외교장관 긴급 화상회의에서는 이란산 드론과 미사일 부품은 물론, 이란 혁명수비대 인사들을 제재하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미 지난 수십년간 EU와 미국 등 서방이 대이란 제재를 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추가 제재는 실질적 효과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U 정상들은 이번 회의를 통해 이스라엘 지지를 재확인하면서도 ‘재반격’을 자제하도록 촉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표현 수위를 두고는 이견도 일부 보인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 대응은 안 된다”고 밝혔고,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이스라엘에 다시 공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중국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GT)는 17일자 보도를 통해 “서방이 이란에 또다시 큰 제재 휘둘러 노골적인 이중잣대를 드러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 매체는 이스라엘이 이란 대사관을 폭격해 16명이 사망한 이후, 미국은 유엔이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는데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보복을 하고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이후 미국과 EU는 이란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가하기를 열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GT는 상하이국제문제연구소 외교정책연구소 연구원인 리 웨이지안과의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이스라엘의 이란 대사관 공격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미국, 영국, 프랑스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란 외교 기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규탄하지 못했고, 이스라엘의 명백한 국제법 위반에 대응해 미국과 동맹국은 이를 묵인하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랬던 서방이 이제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로 이스라엘을 달래려고 시도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경우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것은 분명히 자국의 이익에 기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GT는 “현재 이스라엘과 이란 갈등의 근본 원인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갈등인데도 미국은 중동 위기의 근본 원인을 외면했다”면서 “더 나쁜 것은 이-팔 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은 이스라엘의 행동을 막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이스라엘에 막대한 군사적 지원과 정치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인도주의적 재난의 절대적인 공범자이자 공모자로 변모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요즘 서구 언론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을 과장하여 이란을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갈등의 최전선으로 끌어올리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갈등의 실제 핵심에서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한다”면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이중 잣대를 버려야 중동의 긴장을 효과적으로 완화하고 지역의 정의와 평화를 구축하는 데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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