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제회계기준 ‘IFRS 18’ 2027년 본격 도입

영업이익 정의 대폭 변화…주석공시 기준 개정

2024-04-19 13:00:03 게재

기업 간 비교 가능성 … 경영진 성과 투명성 확대

기존 개념과 충돌 … 상장기업·투자자 혼란 예상

오는 2027년부터 손익계산서 표시와 주석 공시 기준 등을 대폭 개정한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IFRS) 18이 적용될 예정이다. IFRS 18에서는 영업이익을 투자·재무 범주 이외의 잔여 이익으로 정의했다. 현행 IFRS에서 상장사들이 구성항목을 자체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는 영업이익과는 크게 달라진다. 새 기준이 적용되면 현재 일부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분류하는 지분법 손익, 금융자산투자 손익 등이 영업이익에서 제외된다. 이는 매출액에서 매출원가 및 판매비와관리비를 차감하는 현행 K-IFRS 영업이익과 금액 및 속성이 달라 상장기업들과 투자자들의 혼란이 예상된다.

한국회계기준원은 16일 오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손익계산서 표시와 주석 공시 기준을 대폭 개정한 새로운 기준서인 IFRS 18 ‘재무제표 표시와 공시’에 대해 국내 기업체 대상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새 기준서인 IFRS 18을 국내 기업들에게 알리고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국회계기준원과 한국거래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사진 한국회계기준원 제공

◆20년 만에 가장 중요한 변화 맞는 회계기준 = 19일 금융투자업계와 회계업계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지난 9일 ‘재무제표 표시와 공시’에 관한 새로운 기준인 IFRS 18 최종안을 발표했다. IASB는 “새로운 표준인 IFRS 18 재무제표 발표 및 공시는 투자자에게 기업의 재무성과에 대한 보다 투명하고 비교 가능한 정보를 제공해 더 나은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며 “이를 위해 △손익계산서의 비교성 개선 △경영진이 정의한 성과 측정의 투명성 향상 △재무제표의 보다 유용한 정보 그룹화 등 세 가지 새로운 요구사항을 도입한다고 말했다.

IASB가 IFRS 18을 제정하려는 주된 목적은 기업의 성과를 보다 투명하고, 비교가능한 방식으로 보고해 투자자에게 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그동안 국제회계기준을 전면 도입한 국가 중 한국, 독일 등 일부 국가만 법률체계와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영업이익에 대한 정의를 마련했고, 대부분 국가들은 손익계산서에 표시할 영업이익에 대해 별도의 정의를 두지 않는 원칙을 그대로 수용해 왔다. 향후 IFRS 18이 발효되면, 영업성과를 보고하는 방식이 명확히 통일되므로 국제회계기준을 준용하는 대다수 국가에서 영업성과 정보의 기술적인 비교가능성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회계기준 제정 기구포럼(IFASS)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안드레아스 바코브 IASB 위원장은 ”IFRS 18은 20여 년 전 IFRS 회계기준 도입된 이래 기업의 재무성과 표시에 가장 중요한 변화를 나타낸다“며 ”이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기업 재무성과에 대한 더 나은 정보와 분석을 위한 일관된 기준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회계기준원 또한 ”영업·투자·재무 범주로 성과를 구분해 표시하는 손익계산서는 기업이 영위하는 대표적 활동의 결과를 평가하는데 목적 적합한 정보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새로운 재무제표 표기 방식을 전면 도입할 방침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안드레아스 바코브 IASB 위원장을 만나 "한국은 IFRS 18를 원칙적으로 전면 도입하되, 영업이익을 이미 표시해 오고 있는 현 상황과의 정합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업이익 명확하게 정의 … 비교성 개선 = 2027년부터 적용되는 새 기준서에는 손익계산서 표시와 주석 공시 기준 등 현행 재무제표가 대폭 개편되는 내용이 포함됐다.

IFRS 18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손익계산서에 표시할 영업이익의 개념이 기존과 달라진다. 그동안 IASB는 영업이익을 별도로 정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다. 이는 경영진이 자율적으로 영업이익을 산정하여 경제적 실질에 기초한 영업성과를 보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같은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는 기업 간에도 영업이익의 산출 방식이 달라 영업성과의 기업 간 비교는 물론 국제적 비교도 쉽지 않은 문제가 지속되고, 경영진이 조정 EBIT(이자 비용 및 세금 전 이익) 혹은 조정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와 같이 회계기준에서 인정하지 않는 성과측정치를 자의적으로 활용하고 강조하는 사례가 늘면서 투자자의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에 IFRS 18에서는 손익계산서에 표시할 영업이익을 투자·재무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잔여 항목 일체라고 정의했다. 기업의 다른 자원으로부터 개별적·독립적으로 수익이 창출되는 투자 범주, 기업의 자금조달과 관련한 자산·부채로부터 손익이 발생하는 재무범주와는 다르게 영업 범주는 명확한 정의를 도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투자범주에는 관계기업·공동기업 투자에 대한 지분법 손익, 금융 자산 평가 손익, 배당 이익, 관계기업·공동기업 투자에 대한 처분 손익 등이 있으며 재무범주에는 재무활동에서 발생한 이자 손익, 퇴직급여 및 충당부채의 할인액 상각 등이 포함된다.

IASB는 "영업·투자·재무 범주로 성과를 구분해 표시하는 손익계산서는 기업이 영위하는 대표적 활동의 결과를 평가하는데 목적 적합한 정보를 전달할 것"이라며 "개선된 구조와 새로운 소계는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실적을 분석하기 위한 일관된 출발점을 제공하고 기업을 더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경영진 정의 성과측정’ 내용 주석 공시 = IFRS 18에서는 경영진이 정의한 성과측정의 투명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관련 내용을 주석에 공시하도록 했다. 경영진이 회계기준에서 인정하지 않는 성과측정치를 활용하고자 할 때는 이를 경영진 성과측정치(MPM)에 관한 정보로 주석에 공시해야 한다. 회계기준에서 인정하는 성과측정치 중 가장 직접적으로 비교 가능한 항목과의 조정 내역, 산출 근거 등을 명시해야 하며, 이는 외부감사 대상에도 포함된다.

IASB는 "많은 회사들이 종종 대체 성과측정이라며 회사별 정보를 제공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현재 투자자가 이러한 측정값이 계산되는 방식과 손익계산서의 필수 측정값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IFRS 18은 기업이 손익계산서와 관련된 회사별 측정, 경영진 정의 성과측정에 대한 설명을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경영진이 정의한 성과 측정의 규율과 투명성을 개선하고 감사 대상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IFRS 18은 정보를 구성하는 방법과 이를 기본 재무제표에 제공할지 여부에 대한 향상된 지침을 제시한다. 기업이 운영비용에 대해 더 많은 투명성을 제공해 투자자가 필요한 정보를 찾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영업이익 적용 중 = 다만 우리나라는 이미 2012년부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내에 매출에서 매출원가 및 판매비와관리비를 차감한 금액을 별도의 영업이익(이하 K-IFRS 영업이익)으로 정의해 일관되게 적용해 왔다. 그런데 IFRS 18에서 새롭게 정의하는 잔여 범주로서의 영업이익(이하 IFRS 18 영업이익)은 우리 자본시장에서 오랜 기간 활용해 온 K-IFRS 영업이익과 그 금액 및 속성이 다르다. 유·무형자산처분손익, 각종 손상차손, 기부금, 외환손익 등 K-IFRS에서 영업외손익으로 분류했던 여러 기타손익 항목들이 IFRS 18에서는 영업손익 항목에 포함되므로 정보이용자의 혼란이 예상된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특정 단체에 지급한 기부금이나, 환율이 급등해 발생한 환차손익 금액, 기존에 보유한 땅을 비싼 값에 매각해 발생한 처분이익 등 기존에는 영업외 손익으로 분리했던 항목들이 모두 영업 손익에 반영되는 것이다. 또한 K-IFRS 영업이익은 잔여 접근 방식과 같이 간접적으로 산출한 영업이익 대비 그 지속성이 높고, 주식수익률 변동을 보다 잘 설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결과 표본 기간 1997~2019년(자료 기간 1991~2019년)에 대해 미국, 캐나다, 유럽 내 29개 국가 등 총 31개 국가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K-IFRS 영업이익이 장기 시계열적으로 더 지속적이며, IFRS 18 영업이익 대비 가치관련성 역시 더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K-IFRS 영업이익에 기타손익을 가감한 금액을 IFRS 18 영업이익의 대용치로 분석한 결과 역시, K-IFRS 영업이익이 국내 시장에서 더 우월한 정보적 유용성을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성 저하된 비경상적 이익은 왜곡된 정보 제공 = 본업이 아닌 비경상적 이익이 경상이익과 같이 분류돼 영업이익으로 표시되면 투자자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잔여 범주에 따른 포괄적 영업이익 표시는 기타손익 항목을 상당수 포함하고, 지속성이 저하된 집합적 영업이익은 투자자 관점에서 예측력이 떨어지고, 가치관련성이 낮은 정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분법손익을 영업손익에 포함했던 국내 지주회사들의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IFRS 18 도입으로 인해 지주회사의 손익계산서도 현행과 상당히 달라질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상장 지주회사는 관계기업 등에 대한 지분 보유에 따른 지분법 손익을 영업손익으로 포함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사업 목적이 주식의 소유를 통해 국내 계열회사들의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것인 만큼, 지분법 손익도 영업활동에 따른 결과라는 판단에서다. 지주사는 주된 영업이 주식을 통해서 다른 회사를 지배하는 것이어서 매출 대부분이 배당금 수익과 임대수익이다. 하지만 IFRS 18에 따라 새롭게 손익을 분류하게 되면 지분법 손익이 영업손익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지주회사는 연결재무제표상 영업이익이 감소하게 된다.

한편 IFRS 18은 2027년 1월 1일부터 기존의 ‘재무제표 표시’를 관장하는 국제회계기준 제1호(IAS 1)를 대체할 예정이다. 조기 적용도 허용되는 만큼, 국내의 원활한 적용을 위해 고려할 사항을 사전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 3개년 재무제표를 공시해야 하는 국내 상장기업들은 당장 내년부터 새 기준인 ‘국제회계기준(IFRS) 18’에 맞는 영업손익을 산출해야 하는 만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한국회계기준원과 한국거래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유관기관은 이번 주 15일과 16일 투자업계와의 간담회와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를 진행 했다. 또 한국회계기준원은 이달 26일까지 상장기업과 주요 금융기관 등을 대상으로 현행 K-IFRS상 ‘영업손익’을 기준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국내 법률·규정 실태 조사를 실시한다. K-IFRS상 영업이익 개념을 주요 성과 지표로 쓰거나 당국 보고서 또는 공시 등에 활용 중인 모든 사례를 취합할 예정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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