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 환원량 산출 기준 표준화 시급

2024-04-22 13:00:02 게재

‘워터 포지티브’ 안착 위한 과제

‘워터 포지티브’가 국내 시장에 안착되기 위해서는 ‘수자원 환원량 산출 기준’부터 표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워터 포지티브는 사업장이 외부에서 수급하는 물의 양보다 방류량과 외부 환원량이 더 크다는 걸 의미한다. △기업 내 용수 활용성 제고 △하·폐수 처리수 재이용 △유역 수질개선 △유역 내 수자원 추가 확보 등의 다양한 활동을 포함한다.

18일 삼성전자는 “워터 포지티브 자체가 이미 정량적인 개념을 내포한다”며 “기업공시에 들어갈 부분은 외부 환원량을 지표화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만 지표화하기 위해선 환원량을 산출하는 논리나 기준을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민간이 함께 협력해서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공습지를 통해 수질을 개선하고 물의 저류기능을 향상시킨 지오리 수변생태 벨트..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애플, 협력 업체에 물 소비 자료 요구 =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국제 IT 기업들은 워터 포지티브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 사용량 절감과 협력업체를 포함한 공급망 전반의 효율적인 물 관리를 위해서다. 애플은 기업 운영과 공급망 등 사업 전반에 대한 관리를 위해 협력업체에 물 소비 자료를 제공하도록 요구한 지 오래다.

15일 이상호 한국수자원학회 회장(부경대학교 교수)은 “워터 포지티브가 새로운 내용은 아니고 기존의 물 재이용이 좀 더 포괄적이고 구체화한 민간 주도의 계획(이니셔티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2019년 대만 TSMC의 물 재이용률은 약 86%로, 기업이 이미 쓴 물을 다시 사용하게 되면 추가적으로 물을 자연에서 가져다 쓰는 양이 줄어드는 셈이 되니까 취수량 보다 더 많은 물을 자연에 돌려보낸다는 말을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최근 보고서에서 반도체 업계에서 사용하는 수자원 양이 뉴욕시 전체에서 쓰는 물과 비슷하다며 물 공급이 중장기 위험요소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새로운 사업 모델 등 고민 중” = 이런 상황에서 기후변화 등 외부 환경 변화는 물 확보 측면에서 큰 위기 요소다. 지난해 TSMC를 비롯한 대만 반도체 업체들이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한 것도 이러한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대만 반도체 업체가 집중된 도시 가오슝과 타이난은 반도체 공장의 물 사용량을 줄이고 야간 공공 상수도 수압을 낮추는 등 절수 정책을 펼쳤다.

이러한 물 위기 의식은 국내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2022년 기준 SK하이닉스는 물 1억5951만6000톤(국내 및 해외사업장) 사용했다. 이 중 4787만7000톤은 용수 재이용을 통해 충당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국내 사업장에서 하루 용수 약 37만톤을 취수했다.

19일 환경부 관계자는 “현장 이야기를 폭넓게 듣고 국제적 수준에 부합하는 기준을 만들기 위해 연구용역 등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며 “나아가 환경은 기본이고 기업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기 위한 지원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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