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폴 공 미국 워싱턴 D.C. 싱크탱크 루거센터 선임연구원

“미 대선, 물가 오르면 트럼프 유리”

2024-04-23 13:00:01 게재

현재 미 경제 ‘나홀로 호황’ 바이든 우위 …'고공행진' 국제유가 변수

미국 워싱턴 D.C. 싱크탱크 루거센터의 폴 공 선임연구원은 “11월 미국 대통령선거는 물가가 당선자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 정가에서 약 25년 활동한 공 연구원은 22일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하지만 물가가 오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리한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역대 선거를 보면 기름값 등 생활물가가 오를수록 집권여당에 불리했다”고 덧붙였다.

공 연구원의 현재 판세 분석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언론 여론조사에서 5% 이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고 있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요즘 미국경제는 ‘나홀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유럽연합(EU)이나 일본보다 훨씬 높고, 실업률은 50년내 최저치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로 분석된다. 소비자심리지수도 개선흐름을 보이고 있다.

공 연구원은 “이러한 분위기가 바이든의 당선을 점치게 하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름까지 경제가 연착륙을 이어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인하를 시작해 주택담보대출 이자율과 주택임대료가 낮아지면 바이든 대통령에게 더 유리한 상황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경우 미 대선판도에 고유가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공 연구원은 “미국인들의 과거 표심을 보면 기름만큼 중요한 경제 지표가 없다”며 “미국인들이 여름휴가 계획을 짤 때 기름값이 치솟으면 현 정부에 반감이 커졌다”고 밝혔다.

공 연구원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한국경제엔 악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는 2016년 11월 당선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밀어붙인 전례가 있고, 한국이 매년 수백억달러 무역수지 흑자를 보는 점도 어떤 압력수단으로 작용할지 미지수다.

공 연구원은 “만약 트럼프 2기 정부가 시작된다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세폭탄보다 수출규제를 더 신경써야할 것”이라며 “지금은 중국이라는 국가와, 반도체라는 품목에 집중해 규제를 적용하지만 앞으론 동맹국할 것 없이 분야별 무제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러한 흐름은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해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한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공 연구원은 “미 대선을 앞두고 한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민주당·공화당 가릴 것 없이 의회·백악관·각종 기관 등과 두루두루 접촉하며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이라며 “후보자의 진짜 측근을 찾아 미리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공 연구원은 2004~2013년 미국 상원에서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리처드 루거 전 공화당 의원의 정무보좌관으로 일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을 역임한 척 헤이글 의원이 미 상원 금융위 증권소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정책실장직을 수행했다.

주기적으로 한국을 찾아 여야 보좌진·경제단체 등을 상대로 미국 정치·경제 상황을 강연, ‘워싱턴 정치 일타 강사’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이재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