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전 서울청장 “과도한 책임” …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혐의 무죄 주장

2024-04-23 13:00:14 게재

22일 서울서부지법서 첫 공판기일 진행

함께 기소된 상황관리관·팀장도 혐의 부인

유가족 “내 새끼 살려내” 오열, 거센 항의

이태원 참사에 부실 대응한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측(치안정감)이 “공소장은 결과론에 기초한 과도한 책임주의에 따른 주장”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현사합의12부(구너성수 부장판사)는 22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청장, 서울청 112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 당직 근무자였던 정대경 전 112상황3팀장 등 3명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김 전 청장의 변호인은 “핼러윈 기간 10만명이 방문할 수 있다는 예상만으로 단순히 압사사고를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며 “사건은 결과 발생 후 발생한 프레임에 기초하고 있고, 증거 기록과 공소장은 결과론에 기초한 과도한 책임주의에 따른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던 중 유가족의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그는 또 “(김 전 청장) 혐의의 핵심은 대응에 과실이 있다는 것인데,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과거 잘 관리됐던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모일 것으로 봤다”며 “약 10만명이 한순간에 한 지점으로 몰리는 것이 아니라 3일간 그 정도 수준의 인파가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단 내용이다. 이 자체로 압사 사고가 날 거라 판단하기는 어려웠다”고 반박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핼러윈데이 다수의 인파가 밀집되며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성이 예견됐음에도 적절한 경찰력을 배치하지 않고 사고 직후에도 필요한 대응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사상자 규모를 키운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를 받는다.

김 전 청장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수사받은 경찰 간부 중 최고위직이다.

앞서 지난달 22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도 김 전 청장측은 “사고로 큰 인명 손실이 있었고 피고인이 서울경찰청장이었다는 것만으로는 검찰의 공소제기가 정당화될 수 없다”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당직 근무를 해 같은 혐의로 기소된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과 정대경 전 112 상황팀장도 혐의를 부인했다.

류 전 과장측 변호인은 “당시 상황관리관 자리에는 무전기뿐 아니라 112신고 등을 통해 이상상황을 알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정 전 팀장측 변호인도 “사건 당시 신고 접수는 매뉴얼에 따라 정상적으로 접수된 것”이라며 “이를 결과론적으로 접근해 잘못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김 전 청장의 엄벌을 촉구하는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과 생존자의 발언도 공개됐다.

참사 희생자 신애진씨 어머니 김남희씨는 법정에서 “159명의 젊은 생명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는 서울경찰청장인 김광호의 부작위로 발생했다”며 “참사의 진실이 규명되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추상같아야 참사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생존자 김초롱씨는 조인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가 대독한 입장문에서 “이태원 참사의 유일한 원인은 군중밀집관리의 실패”라며 “기동대 출동을 명령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참사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재판에 앞서 법원에 출석하는 김 전 청장의 머리채를 잡아 뜯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내 새끼 살려내’라고 고성을 지르거나 바닥에 앉아 오열하는 유가족도 있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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