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때 훼손된 화성행궁 119년만에 복원 완료

2024-04-24 14:30:00 게재

35년간 봉수당·우화관 등 순차 복원

수원시, 24일 우화관·별주 복원 개관

일제강점기 때 훼손됐던 수원 화성행궁이 119년 만에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지난 1989년 화성행궁 복원사업이 처음 시작된 지 35년 만이다.

경기 수원시는 24일 오후 2시 30분 화성행궁 우화관 바깥마당에서 ‘수원 화성행궁 우화관·별주 복원 개관식’을 개최했다.

복원사업을 마친 화성행궁 전경
복원사업을 마친 화성행궁 전경 (사진 수원시 제공)

개관식은 이재준 수원시장이 화령전 운한각에서 정조대왕에게 화성행궁 개관을 고하는 고유제로 시작해 이 시장의 인사말, 우화관 현판 제막식, 복원된 시설 관람 순서로 진행됐다.

1789년 정조대왕이 건립한 화성행궁은 평상시 관청으로 사용하다가 임금이 수원에 행차할 때는 임금과 수행 관원들이 머무는 궁실로 이용했다. 정조가 훗날 왕위를 물려주고 수원에 내려와 머물고자 만들었기에 화성행궁 규모와 격식이 궁궐에 버금간다. 조선시대 지방에 건립된 행궁 중 최대 규모다. 정조는 사도세자의 묘소를 현륭원으로 옮긴 1789년부터 모두 13차례 이곳에 머물렀고 1795년엔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 잔치를 행궁에서 거행했다.

19세기 말까지 궁실이자 관청으로 제 기능을 했던 화성행궁은 1905년 우화관에 수원공립소학교가 들어서면서 파괴되기 시작했다. 1911년에는 중심 건물인 봉수당이 자혜의원으로, 낙남헌은 수원군청으로, 북군영은 경찰서로 각각 사용됐다. 1923년 일제가 화성행궁 일부를 허물고 경기도립병원을 신축하면서 화성행궁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다. 1989년엔 현 부지에 현대식 건물을 신축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됐다.

그러자 수원시민들이 화성행궁 복원을 위해 나섰다. 당시 수원문화원장이었던 고 심재덕 전 수원시장 등 42명이 그해 10월 ‘수원화성행궁 복원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복원을 위해 경기도립병원 이전을 건의, 경기도지사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화성행궁 복원사업이 시작됐다.

경기도립병원, 신풍초등학교 등으로 사용되던 화성행궁
경기도립병원, 신풍초등학교 등으로 사용되던 화성행궁 (사진 수원시 제공)

복원사업은 ‘화성성역의궤, 정리의궤 등 기록·발굴자료’를 토대로 완성 당시 모습으로의 복원을 원칙으로 2단계에 걸쳐 추진됐다. 경기도립병원 철거 후 봉수당을 시작으로 482칸을 복원해 2002년 1단계가 완료됐다. 이어 2003년부터 화성행궁에서 가장 먼저 건립된 건물이자 관아를 방문하는 관리나 사신이 머물던 ‘우화관’과 임금이 행차할 때 음식을 준비하던 곳인 ‘별주’를 복원하는 2단계 사업에 착수해 최근 완료했다.

화성행궁이 제 모습을 잃기 시작한 1905년 이후 119년 만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화성행궁처럼 다양한 역사와 기능이 있는 행궁은 없다”며 “이번 복원사업을 통해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화성행궁의 온전한 모습을 회복해 그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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