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영규 한국원격대학협의회 회장·국제사이버대학교 총장

"정부, 사이버대학 지원 없이 규제만 강화"

2014-04-07 00:00:01 게재
"사이버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은 사실상 없다시피 합니다. 대신 점점 규제만 강화해나가는 상황입니다. 단적으로 사이버대학 21곳에 대한 국고지원이 지난 2011년 한 해 10억 정도였습니다. 2010년엔 5억, 2009년엔 3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잘 알다시피 전문대학 1곳에 대한 국고지원이 24억~25억원입니다. 그런데 21개 대학에 대한 총액이 10억원 정도라면 지원이 거의 없는 상황 아니겠습니까."

<박영규 한국원격대학협의회 회장은 "사이버대학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 지원만이 사이버대학을 통한 교육한류를 가능케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광 기자>

지난 3일 만난 한국원격대학협의회(원대련) 회장인 박영규 국제사이버대학 총장은 교육부의 주요 정책 결정과정에서 사이버대가 홀대받고 있는 현실을 아쉬워했다. 교육부의 대학특성화 사업지원현황을 보면 사이버대학에 대한 푸대접이 수치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올해 수도권대학 특성화에 556억원, 지방대학 특성화에 2031억원, 전문대학 특성화에 2696억원, 대학평생교육 활성화에 265억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사이버대학 특성화엔 고작 11억7000만원 배정에 그쳤다.

박 회장은 "사이버대학은 지난 13년 동안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에 평생교육을 통한 열린교육을 구현하고 온라인을 통한 고등교육의 실현을 위해 선구자적 정신과 개척자적인 자세로 그 역할을 수행해 왔다"며 "하지만 사회적 인식 부족과 제도적 미비점, 정부 정책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현실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뿐만 아니다. 21개 사이버대학을 전담하는 기구는 교육부 교육정보통계국 산하 이러닝(e-learning)과로, 사무관 1명과 주무관 2명이 업무를 담당하는 수준이다. 업무담당자들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사이버대학에 대한 지원정책 수립은 요원한 상황이다. 박 회장은 "교육부 내 사이버대학 정책과를 신설해 독립성을 확보하고, 오프라인대학과 동등한 고등교육기관 지원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이버대학 규제, 일반대학과 형평성 어긋나 = 사이버대학에 대한 지원은 없지만, 규제는 자꾸 강화되고 있다. 수익용기본재산 지침이나 입학정원, 교수확보 등이 그렇다. 이를테면 교육부는 사이버대학들에게 운영 수익 총액의 50% 이상을 수익용재산으로 확보하되, 총액의 3.5%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일반 사립대의 경우 수익용기본재산 법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곳이 79%, 최소 보유기준 100억원 미만 대학이 53개, 법정기준 대비 10% 미만 대학도 21곳에 달하지만 이를 제재하지는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사이버대학만 수익용기본재산 기준을 소급적용하려 하고, 3.5% 이상의 수익률을 의무화하는 것은 형평성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의 취지는 만약의 사태가 일어날 경우 학생들을 보호하자는 것인데, 수익률 3.5%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라는 말밖에 안된다"고 덧붙였다.

시간제등록생도 비슷하다. 당초 편제정원의 100%까지 시간제등록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입학정원의 10%로 제한하겠다는 게 교육부 방침이다. 예를 들어 한 해 1000명의 입학생을 받는 4년제 사이버대학이 기존에는 4000명까지 시간제등록생을 모집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1/40 수준인 100명밖에 받지 못한다.

박 회장은 "교육부 방침대로 한다면 사이버대학에서 수업을 듣는 시간제등록생은 결국 교육환경이 열악하고 질적 수준을 담보하기 어려운 민간 사업체 학점은행기관으로 내몰리게 된다"며 "국립사이버대학인 방송통신대학의 경우 전액 국고에다 입학정원의 20%까지 시간제등록생을 받도록 해주는 것에 반해 사립사이버대학만 10%로 막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나쁜 규제'에 해당하지는 않은지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원확보기준도 사이버대학들에겐 '발등의 불'이다. 교육부가 사이버대학의 '전임교원 확보 기준'을 학생 200명당 1명에서 100명당 1명으로 강화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일반대학 등록금의 1/3, 1/4 정도만 받는 데다 등록금의 35~40%를 장학금으로 되돌려주는 사이버대학의 수입구조 상황에서 갑자기 전임교원을 2배로 늘리기엔 한계가 있다"며 "방통대의 경우 학생 1200명당 교수 1명, 해외 주요 원격대학 역시 500명당 1명이라는 현실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교육한류, 사이버대학 육성으로 가능 = 국제적 추세를 보면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원격교육기관들이 교육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 명문대 MIT나 하버드, 스탠포드대학 등을 중심으로 '온라인 공개 수업'이 확산되고 있으며, 전통적인 사이버대학교들은 자격증 과정을 신설하고 비학위 과정을 확대하는 등 고등교육 상황이 크게 변화하는 상황이다. 또 Coursera, Edx, Udacity 등 온라인 공개 수업 사이트에서는 명문대의 최고 교수진들이 무료에 가까운 가격으로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며 이미 수백만의 수강자들을 확보한 상황이다. 단순 강의전달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상호작용성을 크게 높여 이용자들의 학습효과도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사이버대학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발전계획을 짜지 않으면 국내 시장을 해외 온라인교육사이트에 잠식당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 회장은 "이미 우리나라 교육시장을 향한 전세계적 공세가 시작되고 있다"며 "우리의 경우 중국이나 동남아 교육시장을 공략해야 하지만, 여전히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원대련 내부에서도 명품 사이버대학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를 넘어 세계적 수준의 사이버교육기관을 만들자는 것. 이를 위해 원대련은 다가오는 5월 사이버대학 역량평가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학교별 모범사례를 공유하는 한편 구체적인 컨설팅을 통해 학교 스스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자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사이버대학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고, 언제 어디서 원하는 누구나 자유롭게 배울 수 있는 사이버대학만의 장점을 널리 알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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