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터미널 화재사고 '총체적 인재'

2014-05-28 10:39:33 게재

안전수칙 무시·가스점검 부실·가연성 마감재·무허가 불법공사

안전불감증이 부른 대형참사 … 수사본부, 전방위로 수사확대

가스용접 불꽃(안전수칙 무시), 누출가스 폭발(가스점검 부실), 가연성 마감제(불량자재 사용), 소방시설 미작동(규정·절차 무시). 8명이 목숨을 잃고 57명이 부상한 고양종합시외버스터미널 화재사고의 원인을 조사 중인 경찰·소방 합동수사본부는 이번 사고를 '총체적 인재 사고'로 보고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본부장 이양형)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대형인명사고에 대해 현장대응태세 확립을 위해 27일 긴급 소방관서장 회의를 개최했다. 사진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합동수사본부는 이번 화재가 '용접작업 중 튄 불꽃이 누출가스에 옮겨 붙어'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합동수사본부는 용접기사 성 모(50)씨 등에게서 "가스밸브를 잠그고 용접작업을 실시했으나 가스에 불이 옮겨 붙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작업 전 가스밸브를 잠갔는데 라이터를 켜듯 불이 확 일었다"는 진술도 받아놓은 상태다.

그러나 27일 실시한 현장감식에서는 가스폭발 사고 때 발화지점에서 나타나는 '흰색 그을음'도 발견했다. 일반적인 화재에서는 검은색 그을음이 남는다. 경기소방본부 관계자는 "수사를 더 해봐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로 보면 '용접불꽃과 가스폭발'이 이번 화재의 1차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실내 인테리어 규정에 어긋나거나 불량한 자재를 사용해 피해를 키웠던 것으로 보인다. 경기소방본부 관계자는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나 연기를 봐서는 (불에 잘 타는) 가연성 실내 마감재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재를 쓰지 않았거나 불량 자재를 사용했다는 얘기다. 다중이용시설에 부적합한 자재 사용 여부가 사고원인 조사의 중요한 부분으로 떠오른 셈이다.

소방시설 미작동은 사고 초기부터 제기된 문제다. 층간 방화셔터는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 제연설비도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불이 난 터미널 지하 1층처럼 외부로 난 창이 없는 실내공간은 바닥 면적이 1000㎡ 이상일 경우 천장에 제연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합동수사본부는 시공업체가 공사 편의를 위해 방화셔터와 제연설비 전원을 꺼놓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기소방본부 관계자는 "방화셔터와 제연장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번 사고처럼 2·3층으로 연기가 빨리 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수사본부는 또 내일신문이 문제제기(27일 1면 참조)한 '소방당국 허가 없이 진행한 불법 공사' 문제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합동수사본부는 이번 사고를 '시공업체가 소방설비 공사 전에 반드시 받아야 하는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무단으로 공사를 진행하다 벌어진 사고'로 보고 있다.

한편 28일 오전까지 파악된 사고 피해자는 사망자가 전날보다 1명 늘어 8명이고, 부상자는 5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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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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