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구청장이라면 하고 싶은 일은"

2014-09-04 11:29:37 게재

서울 강동구 '주민공감 열린 토론' 제안 열기

직원·청소년·베이비부머 대상별로 지속 운영

"내가 구청장이라면 '구청장 칭찬의 날'을 지정하겠어요. 무작정 칭찬하라는 게 아녜요. 칭찬을 하려면 알아야 하잖아요? 공약은 뭔지 실천은 잘 하고 있는지…. 주민들에게 잘 알리고 과감하게 칭찬받겠습니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이 2일 열린 주민공감 열린 토론회에서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강동구 제공


2일 오후 3시 서울 강동구청 5층 대강당. 이해식 구청장을 비롯해 주민과 공무원 등 150여명이 둘러앉은 가운데 이진자(58·길동)씨가 소속 모둠에서 나온 의견을 전하자 좌중은 웃음바다가 됐다. 구와 구청장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을 주민들에게 직접 듣는 '주민공감 열린토론회' 자리다.

강동구가 민선 5기 서울시와 몇몇 자치구에서 선보인 원탁토론을 다듬어 민선 6기에 새롭게 선보였다. 2일 토론은 '내가 살고 싶은 강동의 내일'을 주제로 한 첫번째 만남이었다. 분야별 추천인사와 주민·환경단체 회원 등 주민활동가, 소식지나 알림판을 통해 소식을 접하고 참가신청을 한 주민까지 120명이 모였다.

네가지 작은 주제는 사전에 제시했다. 강동에 우선 필요한 정책, 강동구에서 가장 만족·불만족하는 것, 강동구에 꼭 있어야 할 시설·체계·프로그램, 내가 구청장이라면 하고 싶은 일이다.

낮시간대 토론에 참가하기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토론회 전에 제안을 받았다. 8월 1일부터 29일까지 구 누리집과 전화, 구청 민원실과 동주민센터를 통해 218명이 의견을 주었다. 문화체육과 교통 환경 등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을 덜어달라는 요구가 대세를 이뤘다. 체육시설이나 강좌 확충, 공용주차장 확대, 쓰레기 무단투기 근절 등이다.

당일 토론회는 주민 10명씩 모둠을 나눠 한시간 가량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 뒤 제시된 여러 의견 가운데 주제별로 세가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형태로 진행했다. 이해식 구청장도 토론시간 내내 각 모둠을 돌며 주민들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자, 20대 공연기획자부터 구청장 공약이행평가단원, 평생교육대학 수료생, 도시농업가 등 다양한 참가자들 면면만큼이나 토론 열기는 뜨거웠다. 주택가 골목길 청소같은 생활문제부터 청소년 길거리 농구대회나 미혼남녀 맞선 주선 등 사회 현안에 대한 고민, 순환버스를 활용한 관광상품, 햇빛발전협동조합을 통한 수익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의견들이 쏟아졌다.

구와 산하기관에 비정규직을 없애자거나 마을민주주의 기반을 마련하자는 다소 무거운 제안도 나왔다. 둔촌동에 사는 강청일(73)씨는 "새벽 6시부터 '내가 구청장이라면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왔다"며 A4용지 두장에 빼곡히 적은 내용을 낭독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유은정(45·상일동)씨는 "군대 내 폭력과 자살 등 최근 쟁점이 된 사건들은 청소년기부터 비롯된 결과물이라 생각해 청소년들이 PC방이나 노래방 대신 농구장과 쉼터를 이용하자고 제안하고 싶어 신청했다"며 "잘 운영된다면 구와 주민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동구는 이날 주민들이 내놓은 의견을 분석, 실행 가능한 사업·정책부터 추진한다는 방안이다. 주민참여예산과 구 주요 업무계획에도 반영한다. 제안 내용과 처리 결과는 누리집에 공개한다. 새로 임용되거나 전입한 8급과 9급 직원을 시작으로 청소년 베이비부머 등 여러 계층별 세대별 연쇄토론도 계획하고 있다. 이해식 구청장은 "짧은 시간에 열정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주셔서 내심 놀랐다"며 "주민 입장에서 우선순위나 예산규모 조정 등 기준을 제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같은 방식의 토론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보완해서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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