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꿔주는 '장발장은행' 만든다

2015-02-25 13:16:47 게재

인권연대 기금마련

벌금 무이자 대출

벌금형을 선고 받고도 돈이 없어 교도소로 향하게 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이른바 '장발장 은행'이 문을 연다.

인권연대는 죄질이 나쁘거나 위험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아니라, 오로지 벌금을 낼 형편이 못 돼 교도소행을 택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줄이기 위한 기금 마련을 시작한다고 25일 밝혔다.

인권연대에 따르면 한해 평균 벌금을 못 내 교도소에서 노역하는 사람의 숫자는 4만여명에 이른다.

현행법상 벌금을 선고받으면 30일 이내에 일시불로 완납해야 한다. 만일 돈이 없으면 일당을 계산, 벌금 액수 만큼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노역을 해야 한다.

인권연대측은 "돈이 없어 교도소를 가는 것은 가난이 그 자체로 죄가 되는 것"이라며 "소득불평등이 형벌불평등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더 이상 정부와 국회, 법원의 선처만을 기다릴 수 없다"고 밝혔다.

장발장은행은 개인과 단체의 기부를 받아 일정 액수가 모일 때마다 곧바로 벌금 미납으로 인해 교도소에서 강제노역을 할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출사업을 하게 된다.

대출 대상은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생계 곤란으로 벌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로 파렴치·상습범을 제외하며 1회에 한해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하고 무이자·무담보로 진행된다.

도재형 교수(이화여대 로스쿨), 서보학 교수(경희대 로스쿨), 하태훈 교수(고려대 로스쿨)를 비롯 김희수 변호사와 서춘배 신부 등으로 구성된 '레미제라블 위원회'에서 대출 심사를 맡았으며 소년소녀 가장, 미성년자, 차상위 계층 등이 심사 우선 대상이다.

인권연대 측은 "법률상의 은행은 아니지만 이것이야말로 진짜 은행이라 믿는다"며 "뜻있는 분들이 기금 마련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연대는 "돈이 없어 교도소로 가는 사람을 줄이는 것은 법과 제도를 조금만 고치면 된다"라며 "같은 범죄라도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으로 벌금을 부과하거나, 분할 납부를 유도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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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진 기자 la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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