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화시대, 거꾸로 가는 노인요양│① 정부, 요양기관 '시장에 방치'

민간이 노인요양 주도 … 과잉경쟁 속 '질 저하'

2015-03-23 11:21:56 게재

공적자금 6조원 이상 투입하고도 관리감독 부실 … "떳떳하게 맡길 시설 드물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말년이 서글프고 고달프다. 상대적으로 빈곤할 뿐 아니라 10년 넘게 질병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지는 노인이 한둘 아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9.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2.4%의 3배가 넘는다. 노인자살률 또한 10만명당 33.3명으로 OECD 1위다. 이런 노인들의 기대수명은 81.1세인데 70세부터 병원진료를 받는다.

요양병원의 의료인력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요양서비스 영역에서는 요양시설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기관별 기능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경희늘푸른노인전문병원의 입원실 모습. 이 병원은 의료인력을 강화해 진료전문성을 높여 이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 이의종


정부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 돌봄'을 위해 요양제도를 도입, 민간에 위임했다. 민간 자본으로 부족한 시설재원을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요양기관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서비스 질은 바닥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연 6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있는데도, 가족을 맡기기 부끄러울 정도로 서비스 질이 형편없다"며 "관리감독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익 창출 위해 불법·편법 난무 = 정부는 요양제도를 도입하면서 요양기관을 우선 확충하기 위해 관련 기관의 설립과 운영을 쉽게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당시 부족한 공공재원을 대신할 민간의료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정부의 이런 조치는 성공적이었다. 요양병상수는 2005년 2만5000여개에서 2012년 10만9000여개로 4.4배나 늘었다. 하지만 2013년 이후 요양기관은 포화상태가 된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요양병원은 1337개이다. 한해 요양병원 이용자는 83여만 명에 이른다. 요양시설(공동생활가정 포함)은 4867개이고, 2014년 이용자는 16만3000여명이었다. 1만1658곳의 요양재가는 52만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요양기관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기관별 경쟁도 치열해졌다. 요양병원에서는 수익을 내기 위해 비급여 진료를 늘리거나 불법적으로 환자를 끌어들이는 행위까지 서슴지 않는다.

애초 요양병원은 노인성질환, 만성질환, 기타 수술 치료 후 회복이 필요한 환자를 위주로 입원시켰다. 하지만 수익창출이 어렵게 되자 시설에 수용해도 될 만성질환자 입원시키는 경우가 늘어났다. 본연의 요양병원 기능에서 벗어난 진료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또 의료법상 해서는 안되는 환자 유인과 알선 행위, 환자의 본인부담금 불법 할인, 부당청구를 하는 병원도 늘어났다.

이에 대해 남인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복지부가 요양병원이 본래 설립 취지대로 급성치료가 지난 환자들만 입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과잉경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악한 근무조건, 서비스 질 낮춰 = 요양시설은 더 열악하다. 일부 운영자들은 경비절감을 위해 요양서비스 종사자의 수를 줄이거나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을 지급한다. 노조를 만들거나 시설 상황을 외부로 알리면 인사 상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시설투자에도 인색해진다. 칸막이도 없는 방에 여러 명이 줄지어 누워있는 광경은 흔한 모습이 됐다.

최경숙 서울시어르신돌봄종사자지원센터장은 "요양보호종사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양질의 요양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부와 국회는 종사자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복지부 책임론 제기 =요양기관의 질 낮은 서비스와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보건복지부 책임론을 제기한다.

한 해 6조3000억원이상의 공적자금을 건강보험과 요양보험 재정에서 투입하는 만큼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주장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건 이후 사무장병원을 퇴출시키고, 의료기관 평가인증원을 통해 의무적으로 인증을 받게 하는 등 질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사무장병원을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의무적 평가인정 제도'도 허점이 많다. 문제의 장성요양병원도 복지부의 인증을 받았던 요양병원이었다.

김정숙 건강세상네트워크 집행위원은 "요양기관의 시설 및 인력기준을 상향조정 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며 "불법행위를 하는 요양기관은 빠른 시간 내 퇴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한다"라고 말했다.

■요양병원 , 장기요양기관 = 요양병원은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1994년 1월부터 시행됐다. 비용은 건강보험재정에서 맡는다. 일정한 의료인과 의료기기를 갖춰야 하며 환자와 보호자가 입원을 선택할 수 있다. 장기요양기관은 노인복지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2008년7월부터 시행됐다. 비용은 노인장기요양보험재정에서 나온다. 약간의 간호인력과 다수의 요양보호사를 갖춰야 하며, 요양등급을 건보공단에서 받아야 이용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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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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