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화시대, 거꾸로 가는 노인요양│④ 요양기관 통합관리 필요

돈 있으면 '요양병원', 없으면 '시설·재가'

2015-03-26 11:31:43 게재

질환·신체기능보다 경제적 여건이 좌우 … 병원·시설 기능 혼선, 서비스 부실 양산

요양기관 이용자들이 요양병원이나 시설을 선택할 때 질환이나 신체기능 상태보다 경제적 여건을 우선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요양기관의 급여가 사회보험인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재정에서 지급되는 데도 개인의 경제적 수준이 기관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질환이나 신체기능 상태에 따라 요양기관을 선택하도록, 기관을 통합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중증인 경우는 병원, 경증인 경우 시설, 거동이 가능한 노인은 재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양병원 이용자가 소득 높아 = 2013년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역할정립방안 연구'에 따르면,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사람 중 요양병원을 이용한 소득 5분위(소득 최상위 20%)는 37.8%였다. 이는 요양시설을 이용한 소득 5분위 비율 28.4%보다 10%p 높은 수치다.

또 2013년 권순만 순천향대 교수의 '노인의료(요양)서비스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2012년 본인부담상한제 총괄 지급 결과 요양병원 점유율이 전체의 12.1%이지만 금액은 2738억원으로 44.7%을 차지했다.

더욱이 본인부담상한제 적용을 받은 입원환자 중에서 180일 이상 장기입원자의 비율이 높고, 소득상위 9,10분위(소득구간을 10구간으로 나눴을 때의 최상위 20%)가지급액의 30.5%를 차지했다.

이는 요양병원의 입원환자 중 소득상위 계층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장기입원자의 비율도 소득상위층이 높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정립을 새롭게 해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요양병원은 치료위주, 요양시설은 요양서비스 위주로 분명히 구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진 이의종

◆요양병원과 시설 이용자 구분 거의 없어 = 김대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은 '요양병원 현황과 제도개선 방안'자료집에서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한 경증 노인들 중 소득이 높은 환자군이 요양병원을 질 높은 요양시설로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 요양병원과 시설을 이용하는 대상자의 질환, 신체 기능상태, 건강문제는 비슷하다.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환자의 질환은 치매, 뇌혈관질환, 편마비, 고혈압, 당뇨 순이었다. 이런 현상은 장기요양보험 대상자에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또 요양병원 환자와 시설 입소자의 인지기능, 우울증상 모두 비슷했다. 이에 따라 물리치료, 완화관리, 배뇨훈련프로그램 실시율에서 차이가 없었다.

이렇게 요양병원과 시설의 기능 중복은 환자가 섞이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김홍수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한국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서비스 니즈와 제공실태(2014)'보고서에 따르면, 요양시설 입소자 중 약 30%가 의료중도 이상으로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요양병원 입원환자 중 약 53%는 문제행동군, 인지장애군, 신체기능저하군으로 의료 서비스 필요가 낮은 사람이었다.

요양병원환자 중 약 절반 이상이 굳이 병원에 있을 필요가 없는 환자이고, 요양시설 입소자의 1/3은 병원에 입원해야 할 환자라는 얘기다. 이는 대상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기관에서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신체기능저하군, 입원대상에서 빼야 = 우리나라는 현재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하면 환자가 선택해 입원할 수 있다. 요양병원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요양병원은 요양시설과 기능이 중복되는 문제가 생기므로 입원기준을 따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인지저하군, 문제행동군은 요양병원과 시설에서 가장 중복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환자군이다. 전문가들은 "두 환자분류군은 병원 입원이 필요한 환자만 입원할 수 있도록 기준을 따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입원치료보다 요양시설이나 외래진료를 받는 것이 적합한 환자로 분류된 신체기능저하군은 요양병원 입원대상자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경숙 서울시어르신돌봄종사자지원센터장은 "요양병원, 시설, 재가 등 요양기관의 기능재정립을 통해 적절한 요양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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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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