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어가는 식물이 하는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 주세요~

2015-04-24 15:07:27 게재

롯데갤러리, 김이박 작가의 ‘'Moving Gardening, 이사하는 정원’



롯데갤러리 일산점(롯데백화점 일산점 별관 지하1층)에서는 봄맞이특별 기획으로 ‘'Moving Gardening, 이사하는 정원’을 연다. 이 전시는 플로리스트 김이박 작가가 진행하는 전시로 봄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가드닝 전시로 작품과 연계된 플라워 연출과 다양한 체험이벤트 및 판매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전시는 오는 4월 27일까지 진행되며 김이박 작가의 작품세계가 깃든 드로잉과 페인팅이 전시된다. 또한 ‘이사하는 정원’ 프로젝트의 스토리와 집에서 손쉽게 기를 수 있는 각종 허브와 꽃을 이용한 가드닝 방법, 수국과 장미 등으로 꾸며진 화사한 플라워 포토존 등 갤러리 속 작은 정원을 만날 수 있다. 토피어리, 드라이플라워, 꽃씨, 화분패키지, 테라리움 등 전시주제인 가드닝 관련 상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또한 4월 25일과 26일 오후 1시~3시까지 테라리움과 토피어리 2종류의 체험도 진행될 예정(신청마감)이다. 이번 주말나들이는 롯데갤러리 4월의 전시 <Moving Gardening, 이사하는 정원> 에서 신비롭고 아름다운 생명력으로 가득한 봄날의 정원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관람시간 평일 오전 10시30분~오후 8시(금~일요일 오후 8시30분까지)

김이박 작가에게 묻다
이사하는 정원을 시작하게 된 이유~

어릴 적 마당에서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꽃을 가꾸던 모습을 보고 자라선지 본업은 화가지만 꽃이나 나무에 관심이 많아 플로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사하는 정원’ 프로젝트는 지난 해 고양시로 이사를 오면서 시작하게 됐다. 10여 년 서울살이를 하면서 수없이 이사를 다니다 처음으로 나만의 공간이 생겼고, 그래서 베란다에 식물을 기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2층이라 해가 잘 들지 않아 아파트 화단에 내다놓고 키우게 됐다. 아파트화단에는 나 말고도 여럿이 자신의 식물을 내놓고 키우고 있었다. 그 중에 벤자민 고무나무를 정성스럽게 기르는 할머니가 계셨는데 요즘 들어 나무가 아파 보인다며 걱정을 하셨다. 확인해보니 10년을 같은 화분에서 자라 뿌리가 썩어 있었다. 그래서 분갈이를 해드리고 할머니가 고무나무를 그토록 아끼는 사연을 듣게 됐다. 고무나무는 10년 전 할머니의 아들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개업선물로 받은 것. 아들의 사업이 잘못돼 종적을 감춘 후 할머니는 아들의 사무실에서 화분만을 챙겨왔다고 한다. 할머니에게 그 고무나무는 아들과 같은 존재, 그래서 늘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고 했다. 그 고무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면 아들도 어디선가 잘 살고 있으리라는 할머니의 말씀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이후 어떤 이에게는 식물이 그냥 가꾸고 기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사연들과 함께 하는 소중한 존재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르고 있는 식물이 아프거나 병이 들었을 때 도움을 주는 프로젝트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된 것이 ‘이사하는 정원’ 프로젝트다. ‘이사하는 정원’이라 이름 지은 것은 나 자신 서울에서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정착을 못했던 것처럼 ‘이사’의 의미는 제한되고 불안정한 삶을 의미하며, 나의 식물치료는 대부분 그들의 집이나 마찬가지인 화분 분갈이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공부할 때 그곳 사람들이 500엔짜리 화분 하나도 정성들여 키우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도 꽃이 사치가 아니라 ‘생활의 작은 향유’로 작은 화분 하나라도 소중하고 오래 그 가치를 보존하려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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