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4대강사업 낙동강 현장을 가다

흐르는 강이 멈추자, 녹조가 뒤덮었다

2015-07-06 13:08:42 게재

예년보다 이른 5월 중순부터 … 환경단체 "보 수문 상시개방해야"

"올해도 녹조가 심하네요. 정수처리를 한다 해도, 독성물질 등이 다 걸러지는지 걱정입니다. 어떻게 매년 이러는지…."

5일 오전 낙동강 창녕함안보 아래에 있는 경남 창원시 본포 취수장. 두 명의 40대 남성들은 초록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긴 녹색 띠를 이룬 녹조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푸념했다.

"이것이 바로 그 말 많은 녹조라떼입니다" | 4일 오후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경남 의령군 낙서면 일대 낙동강 본류에서 녹조라떼로 변한 강물을 보여주고 있다. 원래 이일대는 모래톱과 강물이 교차해서 흘러가는 낙동강 수질개선의 핵심지역이었다. 의령=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낙동강이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내일신문이 4일부터 5일까지 낙동강 상류 삼강주막 지점부터 하류 본포 취수장까지 8개보 인근의 하천 상태를 확인했다. 그 결과, 경북 문경시 영순면과 예천군 풍양면 사이에 놓인 영풍교 이후부터 하류로 갈수록 낙동강의 색깔이 점점 진한 녹색을 띠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녹조현상은 플랑크톤이 대량 번식해 녹조류와 남조류가 많이 늘어나 물 색깔이 녹색을 띠는 것을 말한다. 하천의 녹조현상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생태계 파괴는 물론 그 물을 취수원으로 쓰기 때문이다. 남조류는 독성 물질을 분비하기도 한다.

◆"4대강사업 뒤 녹조 발생 빨라져" = 더 큰 문제는 낙동강의 녹조 발생시기가 해마다 앞당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해마다 녹조현상이 심화될 뿐만 아니라 발생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며 "4대강사업이 끝난 2012년에는 8월에 녹조가 생겼는데, 올해는 5월 중순에 발생했다"고 말했다. 환경부 역시 "지속된 가뭄으로 인한 유량부족, 수온상승 등으로 낙동강에 예년보다 일찍 녹조 현상이 나타났다"며 "5월 중순부터 유해남조류가 일부 출현하여 중·하류에 예방단계의 조류경보가 발령된 상태"라고 밝혔다.

"더러워! 물에 들어가지 마!" | 3일 오후 대구 강정고령보 선착장에서 시퍼렇게 청태가 낀 강물에 들어가려는 아이를 부모가 제지하고 있다. "봐라 물이 많이 더럽다! 만지지도 마라!" 대구=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은 지난달 30일 대구 취수원인 낙동강 강정고령보 구간에 조류경보 '출현알림' 단계를 발령했다. 클로로필-a 농도가 15mg/㎥이상이고, 독소를 포함한 식물성 플랑크톤인 유해남조류 세포수가 ㎖당 500개 이상이 두 차례 이상이면 '출현알림'이 발령된다. 지난달 22일 강정고령보 구간의 클로로필-a 농도는 26.6mg/㎥, 유해남조류 세포수는 1만8284개였다. 6월 29일에는 클로로필-a 농도가 20.5mg/㎥, 유해남조류 세포수가 2만1982개로 측정됐다. 낙동강 달성보에도 예년보다 한 달 이상 이른 6월 말에 수질예보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환경부는 "낙동강 상류의 유해남조류 세포 수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나, 중·하류는 성층현상이 나타나면서 조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층현상이란 물이 수심에 따라 여러 개의 층으로 분리되는 현상을 말한다. 성층현상이 나타나면 수질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강정고령보 수문 아래에서 다수 발견되는 죽은 물고기. 입이 위를 향해 있어 물 위에 떠다니는 먹이를 먹는 강준치들이 대부분이다. 대구 =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녹조발생 환경, 사전 차단해야" = 환경단체들과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녹조 현상의 주요 원인들 중 하나는 유속이다. 4~5일 내일신문이 낙동강을 찾았을 때도 유속이 느려지는 하류로 갈수록 녹조가 심해지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4대강사업 당시 영풍교 교량 아래와 위쪽 본류구간에 하상유지공이 설치됐다. 다른 구간에 비해 경사가 가팔라(지류와의 하상단차 발생) 침식 우려를 막기 위해 하상유지공을 설치한다는 게 당시 정부의 논리다. 이는 곧 경사가 급한 만큼 유속이 빠르다는 얘기도 된다. 4일 영풍교 인근에서 만난 한 낚시꾼은 "영풍교 인근에 살고 있어, 종종 낚시를 한다"며 "오늘은 아직 잡지 못했는데, 평소에는 쏘가리 등을 어렵지 않게 낚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풍교를 지나 상주보-낙단보-구미보 등을 거쳐 강정고령보로 내려가자 강 색깔이 점점 탁해졌다. 강정고령보에는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것은 아니지만, 강준치들이 강가에 배를 드러내고 죽어 있었다. 대구 달성군 구지면에 있는 도동서원 인근 낙동강에는 녹조가 껄쭉한 상태로 피어 있었다.

정 사무처장은 "4대강 사업이후 유속이 느려짐에 따라 녹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보 수문을 열어 유속을 확보, 녹조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조가 발생한 뒤에 제거하는데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보 수문을 열어 유속을 확보, 사전에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이후 낙동강의 유속은 1/5로 느려졌다. 구간별로 보면 구미보∼칠곡보 27.3㎞ 구간은 0.63시간에서 24.45시간으로 유속이 1/38로 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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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김아영 · 남준기 · 최세호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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