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단지 만든다더니 골프장만 '달랑'

2015-10-12 10:54:05 게재

150만평 토지에 수용권 줬지만

공익시설은 '나 몰라라'

관광단지 조성을 명목으로 민간 사업자가 토지 강제수용권까지 확보했지만 실상은 골프장만 건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라비에벨(구 무릉도원) 관광단지가 그것이다. 2009년 강원도 춘천과 홍천 일대 150만평(498만㎡)에 민간 사업자가 관광단지 목적으로 개발 사업을 추진했지만, 현재 골프장 일부(18홀)만 운영중이다.

당초 이 부지에는 골프장 이외에 호텔과 상가, 휴양문화시설, 회의시설과 녹지 등 강원도 최대의 관광단지가 들어설 계획이었다. 강원도는 관광단지가 공익성이 있다는 이유로 사업계획을 승인했고, 사업자는 주민들의 사유재산까지 수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자금난 등으로 부도와 채무 인수 과정을 거치면서 골프장 외 숙박시설이나 전시장, 공연장 등의 시설은 첫 삽도 뜨지 못했다. 돈이 되는 골프장만 '달랑' 건설됐을 뿐이다. 결국 주민들은 골프장 운영을 위해 자신의 토지를 내준 꼴이 됐다.

라비에벨 관광단지 사업은 2009년 민간 시행사인 에이엠 엘앤디(AM L&D)가 '무릉도원 관광단지'라는 이름으로 개발계획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2010년 11월 골프장 건설 등 1단계 사업을 위해 에이엠 엘앤디는 토지 강제수용에 들어갔다. 주민들이 반발하자 시행자는 강원도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신청했고, 강원도 지토위는 이를 의결했다.

이에 반발한 박 모씨 등 토지주들은 수용재결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헌법재판소에 민간의 강제수용을 가능하게 한 관광진흥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까지 청구했지만 헌재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에이엠 엘앤디는 소송에서 이기자 관광단지 1단계 사업인 골프장 개발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호텔이나 콘도 등 필요시설은 분양저조로 착공조차 못했다.

무릉도원 관광단지 토지이용계획에 따르면 △숙박시설(호텔, 콘도 등) 11% △공공편익시설(도로, 주차장, 배수지 등) 9% △상가시설 0.8% △운동오락시설(골프장, 승마장 등) 21.2% △휴양문화시설(클리닉, 컨퍼런스센터, 공연장, 생태공원 등) 4.2% △녹지 53%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에이엠 엘앤디의 부도 이후 채무와 함께 시행권을 인수한 코오롱글로벌은 운동오락시설 중 골프장을 제외한 다른 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개발 계획을 짜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광단지 사업은 당초 토지수용 조건으로 내 건 공익적 시설은 현재로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토지 개발 전문가들은 사업계획 승인 당시와는 환경과 조건이 바뀌었기 때문에 타당성 검토를 다시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관리계획인가 이후 조건과 환경이 바뀔 경우 타당성 재검토를 받을 수 있다. 사업시행자가 바뀌었고, 시장 상황 등을 반영해 당초 계획대로 추진되기 힘든 상황에서 150만여평에 달하는 관광단지 개발 지구를 그대로 묶어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관광단지 지구 주민들을 대리해 수용재결처분취소 소송과 헌법소원을 낸 최재홍 변호사는 " 대기업이 사업자로 변경된 만큼 사업의 취소나 축소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며 "다만 사업성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개발계획을 변경해 사업부지를 축소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춘천시 관계자는 "사업 시행자가 바뀌다보니 개발 일정이 늦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의 변경은 없다"며 "당초 사업 계획인 2017년까지 사업이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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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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