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승인 있어야 변호사 조력받아"

2015-10-22 11:26:00 게재

변협, 변호사 1912명 설문

"조력받을 권리 침해"

# 서초동에서 근무하는 A 변호사는 사건 의뢰인인 피의자와 함께 검찰 수사에 동석했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수사기관의 위압적 분위기에 당황한 피의자가 횡설수설하기 시작해 그 부분을 지적했더니, 검사가 "변호사님도 똑같이 조사를 받는 수가 있다"라며 제지를 당했기 때문이다.

# B 변호사는 "검사가 자신들의 규정을 언급하며 '자꾸 수사 중에 끼어들면 나가시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놔 매우 불쾌했고 피의자를 도와주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헌법에 명시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현실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법재판소는 "변호인의 조력은 국가안전보장 등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할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현실은 검사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게 일선 변호사들의 주장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1일 변호사 1912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피의자 신문에 동석한 변호사 1466명 중 절반 가량인 48.8%가 수사기관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부당한 대우 유형에 대해선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한 의견진술 제기 405명(56.6%) △수사기관의 강압적 행동 또는 월권행위 333명 (46.5%) △메모금지 323명(45.1%) 순서로 응답률이 높았다. 피의자 신문시 참여를 불허당했다는 응답도 49명(6.8%)이나 됐다.

그밖에 수사기관이 변호사 참여를 중지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거나, 변호사를 조롱하거나 피의자 다루듯 취급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변협은 밝혔다.

또한 조사시간이나 조사방법, 대기시간 등 참여변호인의 의견을 전혀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조사가 진행되거나, 변호인이 선임된 사실을 알고도 불시에 피의자를 찾아가 변호인 없이 신문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참고인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낸 후 문자로는 피내사자이니 불출석시 영장발부가 가능하다고 협박한 경우도 있었다. 피의자로 출석하라고 해 변호사를 선임해 출석하니 참고인이라고 번복해 항의한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추후 피의자에게 생길 불이익을 우려해 제대로 이의제기나 항의를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협은 "형식적인 법절차에 따라 신문을 진행했다고 해도 노골적으로 변호인 참여에 불쾌한 감정을 보이거나 무례하고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수사기관의 태도에 많은 불만과 분노가 쌓여 있다"며 "형사소송법이나 검찰사건사무규칙 등 단순한 입법개선 뿐 아니라, 수사기관의 수사관행, 분위기, 변호인 참여제도에 관한 인식 등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를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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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진 · 신동화 기자 la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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