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후체제' 시대,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국내전쟁' 시작

2015-12-14 11:26:57 게재

연도별 감축계획 등 후속작업 '첩첩산중' … 산업계 "현 기술력으로는 힘들어"

전 세계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합의한 역사적인 파리 협정이 12일(프랑스 파리 현지시간) 체결됐지만, 한국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우선 새로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인 '온실가스(탄소)배출 감축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이를 조정하는 일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2030년 탄소 감축, 배출량 대비 37% =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1) 195개 협약 당사국은 2주간에 걸친 협상 끝에 신기후체제 합의문인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을 채택했다. 파리 협정은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었던 1997년 교토 의정서 체제와 달리 195개국 당사국 모두가 지켜야 하는 첫 전 세계적 기후 합의다. 이번 협정 채택은 사실상 신기후체제의 출범을 전 세계에 알린 것이다. 파리 협정을 통해 신 기후체제에 참여하는 195개국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파리 협정 이후 가장 중요한 사항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목표 달성을 위한 연도별 감축 목표와 산업 발전 수송 건물 등 부문별 감축목표를 세분화해서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배출전망치(BAU)대비 37%로 결정, 유엔에 제출한 바 있다.

신동학 산업통상자원부 기후변화산업환경과장은 "우리나라가 이미 제출한 NDC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년부터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큰 틀에서는 합의를 했지만, 실무 협상은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또 "철강이나 석유화학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업종이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지만, 기술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에너지고효율 산업, 1~2%감축도 어려워" = 파리 협정의 가장 큰 의미는 국제사회 공동의 장기목표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 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군소도서국가 등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가적으로 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문제는 현재까지 각국이 제출한 NDC를 실제로 이행하더라도 온도 상승폭을 2.7℃로 제한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파리 협정은 당사국이 5년마다 상향된 감축목표를 제출하도록 했다. 차기 목표 제출시 이전보다 진전된 목표를 제시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검증도 2023년부터 5년 단위로 한다.

때문에 에너지 다소비 국가인 우리나라로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김주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정책팀장은 "NDC 중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해야 할 부분은 12% 수준이지만,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반도체나 석유화확 부문 등의 경우 에너지 효율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인데, 이런 상황에서 온실가스 1~2% 감축은 힘들다"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 "올해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는 등 지나친 규제로 기업들이 숨쉴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며 "기술개발로 탄소 감축을 할 수 있다지만, 현 기술력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파리 협정은 △55개국 이상 △세계 배출량의 총합 비중이 55% 이상에 해당하는 국가가 비준하는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하면 발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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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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