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읽는 경제 |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

국가를 기업처럼 경영 … 지도자의 착각

2016-03-18 10:06:22 게재
폴 크루그먼 지음 / 이유중 옮김 / 스마트비지니스 / 9000원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 2010년전에 미국에 부동산 버블로 인한 경제위기가 닥칠 것을 예견했던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의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가 한국에서 출간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책은 마치 지금의 한국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듯 국가를 회사처럼 경영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어 2009년 출간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만하다.

크루그먼 교수는 큰 기업을 경영해 성공한 기업가가 국가 경제에 조언하는 것을 책 전반에 걸쳐 우려하고 있다. 기업에서의 성공 경험은 국가 경제를 운영하는 전체 측면에서 보면 극히 좁은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성공한 기업가들은 사업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국가 경제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믿지만 국가 경제에 필요한 사고방식은 기업을 성공에 이르게 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국가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라면서 "국가 경제는 (회사처럼) 특별한 전략보다는 일반적인 원칙으로 운영돼어야하며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프레임워크,즉 기본적인 시스템을 바로 세우는 것부터 이진다. 그런 다음 스스로 작동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라고 조언한다.

또 기업가가 빠져있는 '착각'에 대해 5가지로 일목요연히 정리하고 있다.

수출이 증가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외자유치가 많아지면 무역 흑자를 기록한다?, 기업가는 국가 경제의 복잡성을 극복할 수 있다?, 기업 전략과 국가 경제의 운영은 근본적으로 같다, 대통령은 기업가에게 조언을 받아야 한다?가 그것이다. 이에 대한 크루그먼 교수의 답은 간명하다. 아니오.

뿐만 아니라 크루그먼 교수는 "국가의 주인은 지도자가 아니다"라고 일갈하며 "지도자가 국가를 회사처럼 경영하게 되면 필연코 국가 경제뿐만 아니라 국민과도 난타전을 벌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성장 둔화 속 '국가경영의 왕도'를 묻고 또 찾는 시도는 많았다.

하지만 이렇듯 명쾌한 답을 내놓있던 책이 그간 있었던가. 크루그먼 교수는 "정치 지도자들은 돈이 결부된 문제들에 대해 기업가들의 조언을 구하지만 국가 경제에 조언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별하는 적절한 감각을 가져야 한다"라며 분별있는 지도자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수출 경제 한국','주식회사 한국'의 시대에 황금같은 조언이 아닐 수 없다.

장희진 기자 la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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