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자유학기제를 찾아서│전북 김제 금구중학교

"문화예술교육으로 진로 찾아요"

2016-10-07 10:25:15 게재

학생이 만들고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행복 금구 진로 페스티벌'

정부는 자유학기제를 통한 교육변화를 꾀하고 있다. 관련법을 제정하고 진로교육, 체험처 확보, 학부모 대상 설명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자유학기제 성공 여부는 교육주체인 교사와 학생들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선학교 교장, 교사들이 어떻게 준비해서 운영하는가에 승패가 달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유학기제 성공신화를 창조한 교사들이 전하는 "선생님, 자유학기제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를 기획 연재한다. <편집자 주>

"우리가 숨을 쉬면 코와 입을 통해 들어온 공기가 기도를 거쳐 어디로 들어갈까요? 맞습니다. 폐로 갑니다. 심폐소생술은 심장이 정지한 상태에서도 혈액을 순환시켜 뇌 손상을 늦추고 심장 기능회복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활동이에요."전주비전대학 응급구조과 국종원 조교가 심폐소생술에 대해 설명하자 아이들 눈이 반짝였다. 지난달 28일 전북 김제 금구초중학교 강당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금구중학교가 마련한 '2016 행복 금구 진로 페스티벌'이다. 응급구조사 직업 체험부스 앞에 멈춰선 아이들 표정이 진지하다.

전북 35사단 기전대 부사관과에서 마련한 '육군 간부가 되는 길' 부스가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사진 홍정아 리포터


아이들이 그린 미래 설계도 = 금구중학교는 작은 시골학교다. 2005년부터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가 한 건물을 사용한다. 현재 유치원 1학급, 초등학교는 한 학년에 1학급씩, 중학교 한 학년 당 2학급으로 전교생이 210명에 불과하다. 이 중 중학생이 96명으로 자유학기제 시행으로 학교가 시끌벅적하다.

28일 시작한 '2016 행복 금구 진로 페스티벌'은 정창웅(인성인권안전부장) 교사가 총 지휘를 맡았다.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으로 금구중 교사와 학부모가 6개월 전부터 기획하고 준비했다. 9월 28~29일 이틀에 걸쳐 진로 탐색, 직업 체험, 진학 정보 상담, 진로 교육 전시, 어울림 마당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동네잔치를 벌인 셈이다. 강당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길을 잡는 건 환한 미소로 인사하는 학생들이다. 만나는 학생마다 얼굴에 행복한 표정이 역력하다.

강당 바닥에는 수십장의 포스터를 이어 붙여 '꿈'이라는 거대한 단어를 설치했다. 학생들이 자기 꿈과 목표를 그림으로 표현한 포스터다. '친구의 꿈을 응원해주세요!'라는 대형 글씨에서 아이들이 그린 미래 설계도가 더욱 돋보였다.

학생들의 발길을 잡는 인기 직업체험 부스는 '육군 간부가 되는 길'이다. 전북 35사단 기전대 부사관과에서 마련한 자리다. 김송희(14·금구중 2학년) 양은 "평소 TV 드라마를 보면서 군 생활이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해 직접 군복을 입어봤다"며 "군복이 무겁게 느껴졌고, 군인이 되려면 우선 체력부터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진로체험 소감을 전했다. 이날 진로체험은 응급구조사와 군인 이외에도 패션디자인, 한의사, 보석디자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13개 직업 체험 부스에서 진행됐다.

교수와 군인, 디자이너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직접 시범을 보이며 현재와 미래 직업을 소개했다.

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메카트로닉스과 박경주 교수는 "진로체험 페스티벌을 위해 직업체험이 가능한 로봇키트 50개를 준비했다"며 "최근 세계적 산업추세인 '스마트 팩토리' 홍보 영상 앞에 모인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면서 교육자로써 보람을 느낀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박가연(14. 2학년) 학생은 "'관현악기와 함께 하는 음악여행' 체험 부스에서 클라리넷과 플루트를 직접 불어봤다"면서 "장래희망이 교사인데 음악적 소양을 기를 수 있는 유익한 경험이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금구중 학부모회와 자유학기 학부모지원단이 함께 준비한 '어깨동무 포장마차'는 이날 행사 분위기를 한껏 살린 일등공신이었다. 학부모들은 직접 만든 핫도그와 어묵, 붕어빵을 학생들에게 제공했다.

자유학기제, 학교와 지역사회 손잡고 진행 = 금구중학교는 전교생이 채 100명도 되지 않는 작은 농촌 학교다. 하지만 자유학기제 모범사례로 전국에서 주목받는 학교다. 이유는 폭넓은 학습 경험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탐색할 수 있도록 마련한 체험학습과 진로교육 때문이다.

정창웅 인성인권안전부장교사는 "지난해부터 1학년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며 "오전에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을 공부하지만, 오후에는 진로탐색과 예체능 교육,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펼친다"고 소개했다.

진로교육은 17주에 걸쳐 적성검사와 탐색, 미래설계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문화예술교육'. 책읽기와 손편지 쓰기를 생활화 한 '금책 은글', 축구로 모두가 하나 되는 '금구 G리그', 미래 포토그래퍼의 꿈을 키우는 '예술 꽃 씨앗학교' 등 다양한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책읽기교육은 관심분야에 대해 독서를 한 뒤 진로 설계 노트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사진예술교육은 전문 강사가 수업을 진행한다. 단순히 사진을 찍는데만 그치지 않고 피사체를 통해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인문학과 연결시킨다.

금구 33개 마을 이장들이 추천한 동네 장수 어르신 사진을 찍는 활동도 펼쳤다. 학생 서너 명과 어르신 한 분이 팀을 이뤄 일대기를 더한 사진작품을 완성했다. '2016 금구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도 열었다. 장수 어르신 사진은 '금구면민의 날' 야외전시를 마친 뒤 사진 주인공에게 증정했다.

금구중학교의 알찬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은 지난해 교육부 선정 '독서교육 우수학교 표창'을 받았다. 자유학기제를 내실 있게 운영하는 모범 사례로 소문이 나자, 전국 각지에서 금구중학교를 찾아올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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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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