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위탁 집배원은 근로자"

2016-12-02 11:02:11 게재

서울고법, 1심 이어 "종속적 지휘·감독 관계"

우정사업본부와 위탁계약을 맺고 아파트와 같이 한정된 구역에 우편물을 배달하는 재택위탁 집배원들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근로자로 인정받았다.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김상환)는 지난달 30일 우정사업본부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재택위탁 집배원 유 모씨 외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재택위탁 집배원)들은 피고(대한민국) 산하 우정사업본부 소속 근로자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고 판결한 원심을 재확인했다.

우정사업본부는 IMF 이후 집배원을 대규모로 줄이는 과정에서 집배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위탁집배원제도를 도입됐다. 재택위탁 집배원은 초기엔 근무시간에 따라 임금을 받았다. 약정 근무시간을 초과하면 연장수당과 휴일근로수당도 받았다. 2014년 2월부터 '시간'에서 '세대수'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하는 도급계약을 맺었다. 2013년 4월부터는 사업소득세를 부과해 왔다.

이에 유씨 등은 2014년 3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이 고용계약이든 위임계약이든 형식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재택위탁 집배원들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우정사업본부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우체국에서 발송된 업무편람·공문·휴대전화 메시지는 단순히 우편배달업무 관련 정보를 알리는 정도를 넘어 구체적인 업무처리 방식을 지시하는 것이고, 획일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정해진 복장과 절차에 따라 배달하도록 했다"며 "배달업무를 적절하게 수행하지 못할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묻거나 위탁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판부는 "우체국에 의해 정해진 장소·시간에 우편배달업무를 처리했고 우체국은 재택위탁 집배원들의 근태를 관리·확인했다"며 "우체국이 근로자로 인정한 상시위탁·특수지 위탁집배원과 본질적으로 같은 업무를 같은 방식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근무시간에 비례해 수수료를 받았고, 이는 근로의 양과 질에 대한 대가에 해당한다"며 "재택위탁 집배원이 일정 시점부터 사업소득세를 냈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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