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류보다 똑똑한 물고기들의 비밀

2017-03-03 10:55:27 게재
물고기는 알고 있다 / 조너선 밸컴 지음 / 양병찬 옮김 / 에이도스 / 20000원

똑같은 피자 두 조각이 있다. 왼쪽 것은 2분 동안만 먹을 수 있고, 오른쪽 것은 언제나 먹을 수 있다. 당신은 어느 피자를 먼저 먹겠는가?

이 문제를 약간 변형시켜 영장류와 청소놀래기에게 냈다. 놀랍게도 청소놀래기가 왼쪽 피자를 먼저 먹어야 한다는 걸 가장 빨리 알아챘다. 청소놀래기 6마리는 전원이 왼쪽 피자를 먼저 먹어야 한다는 걸 학습했고 실험횟수는 평균 45번이었다. 반면 침팬지는 네 마리 중 두 마리만 학습에 성공했는데 실험횟수는 60번과 70번이었다. 나머지 침팬지 두 마리와 오랑우탄 전원(4마리)은 학습에 실패했다. 이 실험을 어린 청소놀래기에게 했더니 학습능력이 훨씬 떨어졌다. 이는 물고기들의 정신능력이 학습이 필요로 한다는 걸 시사한다. 4살배기 어린아이는 100번이 넘도록 올바른 순서를 학습하지 못했다.

지은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물고기들의 시각 후각 촉각 미각 청각 등 정밀한 감각체계와 영장류를 능가하는 지각능력, 인간사회를 방불케하는 사회생활을 통해 물고기들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똑똑하고 고도로 진화한 생물임을 보여준다. 인간이 지구상에 태어난 것은 기껏해야 400만년 안쪽이다. 물고기들은 5억3000만년 전에 지구에 등장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왔다.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 양서류의 모든 종수를 합한 것보다 많은 종수를 자랑하고 전체 척추동물의 60%를 차지한다.

"사람들이 물고기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노는 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낚시바늘에 꿰여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가 울지 않는 것은 우리가 물 속에 빠졌을 때 울지 않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그런데, 살아 있는 소를 보고 '소고기'라고 하지 않는데 왜 살아 있는 생명에게 굳이 '고기'라고 할까? 이제 '물살이'(물에 사는 생명)라고 부르면 안될까?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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