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초등 5~6학년 교과서 300자 이내 한자 병기

성남·용인지역 한자교육전문가에게 들어본 ‘초등학생 한자 공부’

2017-03-07 10:06:53 게재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다가 어휘력과 사고력 확장되도록 가르쳐야

지난 12월 30일 교육부는 2019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 교과서에 300자 이내에서 한자를 표기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3~4학년 학생들부터 한자가 함께 표기된 교과서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성남과 용인지역의 한자교육전문가들에게 현재 초등학생들의 한자교육의 실태는 어떠한지 들어보고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한자 공부법을 물어 보았다. 아울러 시중에 나와 있는 한자교재도 소개해 본다.

 
도움말 오현진(수지 서예한자서당 원장), 이우성(분당 노전서예학원), 송영미(한솔초등학교 사서교사), 이유리(용인 마성초, 어정초 한자 강사)

국어 외 교과서 300자 내 ‘병기’ 아닌
별도 공간에 ‘표기’로

사실 초등 교과서의 ‘한자 표기’ 문제는 교육부가 2014년 9월부터 추진해 왔던 일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초등 5~6학년 교과서에서, 필요한 경우 한자를 표기하는 기준을 발표하였다. 지난 2015년 9월 ‘2015 개정 교육과정’ 발표 시 초등 적정 한자와 표기 방법은 정책연구를 통해 2016년 말까지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번 표기 기준은 초등 5~6학년 학습에 도움이 되는 기본 한자(300자)를 선별하고, 국어 외 교과서에서 단원의 주요 학습 용어에 한해 집필진과 심의회가 용어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300자 내에서 한자와 음과 뜻을 표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 결국 지난해인 2016년 12월 30일 찬반 논란이 일었던 ‘병기’ 대신 별도 공간에 용어 이해를 돕도록 하는 ‘표기’로 확정된 것이다.
가령 초등 5학년 과학 ‘태양계와 별’ 단원에서 ‘항성’의 경우, 각 한자의 뜻이 ‘항상 항(恒)’, ‘별 성(星)’으로 ‘항상 같은 곳에서 빛나는 별’이라는 학습용어의 뜻과 가까워 ‘항성(恒星) : 항상[恒, 항상 항]같은 곳에서 빛나는 별[星, 별 성]’ 같이 밑단이나 옆단에 표기할 수 있다.
같은 단원의 ‘행성’의 경우도, 각 한자의 뜻이 학습용어의 뜻과 가까워 집필진과 심의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밑단이나 옆단에 ‘행성(行星) : 항상 주변의 정해진 길을 다니는[行, 다니다 행] 별[星, 별 성]’과 같이 표기할 수 있다.

교과서에 표기된 한자는 암기하게 하거나
평가하지 않아

교육부는 “단어 옆에 한자를 붙여 쓸 경우 가독성을 해치고 학습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병기는 하지 않는 대신 글꼴을 고딕체 등으로 바꿔 강조만 하기로 했다”면서 “‘교과서에 표기된 한자는 암기하게 하거나 평가하지 않도록 한다’는 지도 유의점을 ‘교사용 지도서’에 명시해 시도교육청에 전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수지 상현서예한자서당에서 20년간 한자를 가르친 오현진 원장은 “현재 초등학교 학생들의 한자교육 방향키는 학부모도 아니고 학생도 아니다. 일부 또 다른 안목으로 교육에 임하는 학부모님들은 어휘력 향상에 한자어의 영향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한자를 자녀에게 가르치고 있으나 사회적 훈풍이 한자교육에 대한 필요성으로 불어주지 않는다면 결국 한자어 교육이 어휘력향상에 매우 긍정적이라 하더라도 외면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전했다.
분당 서현동에서 18년간 학생들에게 서예와 한자를 가르친 노전서예학원의 이우성 원장도 “현재 한자교육은 중학교 한자수업을 대비하거나 한자 급수 취득 선에서 머물러 있다”고 이야기했다. 용인 어정초등학교와 마성초등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치고 있는 이유리 강사 역시 “일선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한자 방과 후 수업의 참여율이 높지 않다”면서 “학생들이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무조건 암기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어휘력과 사고력 높여주는 한자교육 되어야
오현진 원장은 “한자교육이 어휘력 향상에 매우 큰 도움을 준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한자어를 단지 달달 외워 ‘한 일, 두 이, 뫼 산, 물 수’라는 식으로 하는 것은 어휘력과 사고력을 높여주지 못하고 단지 한자를 안다는 것뿐이다. 한자어를 알면 그 한자어는 어떤 단어를 만들어 뜻이 이루어지는지, 느끼고 이해해야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조어력(造語力)을 갖게 한다. 급수를 취득하기 위한 한자공부에 치중하지 말고 한자어를 통해 어휘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부모들이 주요한 한자교육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자 급수 시험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단계를 밟으며 급수를 취득할 때 얻는 성취욕구와 함께 점점 실력을 높여주는 것은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오직 급수만을 위해 한자를 외우는 기계적인 공부에 치중한 나머지 한자 이면에 담겨있는 의미를 바라보고 어휘와 연계하여 익히는 이차적인 공부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고 전했다.
이어 “예를 든다면, ‘手’라는 한자어는 명사로 ‘손 수’이지만 바둑이나 장기를 둘 때 ‘한 수 물리자’라고 할 때 ‘手’는 횟수를 세는 말이 되고 ‘가수’ ‘목수’ 등에서는 ‘기술’이라는 뜻이 되는데 보통 ‘한 수 물리자’에서 ‘手’의 뜻이 있다는 것을 생각지 않고 ‘數’의 개념으로 많이 이해하고 있는 것을 본다. ‘手’의 뜻인 기술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뜻을 이해하면 ‘한 수 물리자‘의 의미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전달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처음 한자를 접할 때 거부감 없도록
쉽고 재미있게

한자를 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녀의 어휘력과 사고력을 높여줄 수 있는 단계까지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한자 교육 방법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물어보았다.
이우성 원장은 “아이들에게 우선은 가장 쉬운 한자부터 음이나 부수를 통해 인지하도록 접근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한자의 상형이 뜻이 되는 과정을 설명하다 보면 아이가 호기심을 갖게 돼 한자와 가까워지는 것을 볼 수 있고 자연스럽게 한자를 통해 세시풍속 등 우리 전통문화와 역사를 재인식 시켜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유리 강사 역시 “한자를 처음 배울 때는 그림을 그리듯 한자를 놀이로 접근하는 것을 추천한다. 입구 (口)자 를 보고 입을 떠올리고, 출구, 입구, 식구로 이어지는 단어를 연상할 수 있다. 또한 문 문(門)을 보고 문을 떠올리면 이를 합쳐 물을 문(問)으로 생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주면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글을 배울 때 방문에 ‘문’이라고 붙여놓는 것처럼 ‘門’을 함께 붙여 놓으면 집에서도 주변에 있는 사물이나 본인의 이름 정도는 즐겁게 쓸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또 굳이 한자를 정확하게 쓰지 못하더라도 한자를 일상생활에 많이 노출시켜 친근하게 느끼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연령별 한자교육 교재 선택하는
혜안 발휘해야

“고학년이 되면 어휘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루에 한 문장이라도, 자신이 쓰는 말에 대해 어떤 한자어를 썼는지 찾아보는 방법을 추천하는데 교구가 따로 필요하지 않아 스스로 학습이 가능하다. 고학년도 ‘외우기’ 식보다는 매일 자연스러운 학습 습득이 되었으면 좋겠다. 항등식의 항이 어떤 한자인지 알면 항등식을 풀고 있으면서도 “항등식이 뭐예요?”라는 질문은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한자교육 책 중 몇 년 째 인기가 있는 것은 단연 한자 학습만화 시리즈이다.
성남 한솔초의 송영미 사서교사는 “만화책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한자를 처음 접하는 어린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마법천자문’도 한자 입문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이스크림 한 중 일 공용한자>와  <기탄 한자> 교재도 초등학생의 어휘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저학년 때는 흥미를 줄 수 있는 한자 학습만화 위주로, 고학년부터는 어휘력을 높여주는데 중점을 두고 효과적인 교재를 선택하라고 당부했다.

교재명 출판사 지은이 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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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하영 리포터 asrai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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