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축산이 몰려 온다│①청정 이미지로 기업화한 칠레 양돈

돼지사육도 환경부 허가 받아야

2017-04-18 10:04:18 게재

맑고 깨끗한 농축산물 고집 … 돼지분뇨 발효시설도 악취 없어

남미 축산물이 한국시장으로 몰려오고 있다. 2004년 처음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던 칠레는 아그로수퍼 등 세계적 육가공업체를 내세워 한국을 공략하고 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세계적 축산강국이 포함된 남미경제공동체(메르코수르)는 한국과 FTA 협상을 곧 시작한다. 내일신문은 지난달 27일부터 칠레 브라질의 축산기업 아그로수퍼와 JBS 등을 포함 남미 축산업을 취재했다. <편집자주>

칠레 대표적 수출기업인 아그로수퍼가 수년 째 칠레정부의 환경규제에 막혀 농장규모를 키우지 못하고 있다. 맑고 깨끗한 칠레의 자연환경을 부각해 자국 농축산물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칠레정부 정책이 반영된 결과다.

 

칠레의 세계적 양돈기업 아그로수퍼는 돼지고기제품 포장 작업라인에 로봇을 설치해 자동포장하고 있다. 로봇을 이용해 포장하면 손으로 했을 때보다 제품이 미생물에 오염될 가능성을 줄여 유통과정에서 경쟁력이 생긴다. 산티아고 = 정연근 기자

 


환경부장관 주재 관계장관 합의로 농장 신설 = 아그로수퍼는 성장속도가 줄었지만 정부 정책에 맞춰 환경경쟁력을 키우고 지역주민과 공존하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칠레 정부는 아그로수퍼가 산티아고 북측에 농장을 신설하려는 계획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수질 및 공기오염(악취)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클라우디오 곤잘레스 칠레 농업부 차관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북쪽은 축산업이 없는데 지역주민이 수질오염과 공기오염 등을 우려하며 아그로수퍼 농장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칠레 농업부에 따르면 환경규정을 따르지 않고 수질오염을 일으키면 농장을 폐쇄할 수도 있다. 곤잘레스 차관은 "문 닫은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농장 증설 허가도 농업부가 아닌 환경부 장관이 주재하는 관계 장관회의에서 '합의'로 결정한다. 어미돼지(모돈) 3000마리 이상 규모의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하고, 3000마리 이하 농장도 지자체가 지역주민의 반발이 없는지 확인하고 조사한 후 허가한다.

청정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은 정부뿐만 아니다. 로드리고 가르바리노 칠레양돈협회 전무는 "칠레의 경우 동쪽은 자연 차단벽 역할을 하는 안데스산맥, 서쪽은 태평양, 남쪽은 빙하지역, 북쪽은 아타카마사막으로 둘러싸여 청정한 섬과 같다"고 강조했다.

아그로수퍼는 2008년까지 연평균 5%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1.5% 성장에 그쳤다. 토마스 소따 아그로수퍼 국제마케팅 전략담당은 "아그로수퍼가 정체 상태에 있는 것은 환경규제가 큰 원인"이라며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을 투자하기엔 정책방향이 불확실하다, 양돈협회에서 정부와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지역주민과 공존하며 성장 전략 = 아그로수퍼는 환경경쟁력을 키우고 지역주민과 공존하기 위한 노력을 더 기울이고 있다. 산티아고 남쪽에 있는 아그로수퍼 자돈(새끼돼지 농장)농장은 주거지와 떨어진 곳에 자리 잡았다. 모돈 4만마리가 낳은 새끼돼지는 21일간 이곳에서 키운 후 승용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농장으로 옮겨 성돈으로 키운 후 도축한다.

농장은 아그로수퍼 출입증을 가진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방역을 철저히 하기 위한 조치다. 농장에 들어갈 때는 농장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출입증), 샤워하고, 신발은 물론 속옷까지 갈아입고 들어간다. 나올 때는 반대로 한다.

농장에는 돼지분뇨를 발효시켜 퇴비와 액비(액상비료)로 만드는 자원화시설이 갖춰져 있다. 퇴비와 액비는 모두 농장 안에 있는 키위 포도밭에서 사용한다. 농장규모는 4000ha(헥타아르)다. 발효상태가 좋아 자원화시설 안에서도 악취는 나지 않았다.

아그로수퍼는 돈사 안에서 분뇨가 머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하루에 한번씩 돈사 내 분뇨를 치운다. 슬러리는 배수구 반대쪽 탱크에서 강한 수압으로 물을 분사해 청소한 후 사람이 들어가서 직접 구석구석 뒷정리를 한다. 돈사 내 암모니아가 적정 수준인지 여부도 사람이 측정기를 들고 다니며 감시한다.

아그로수퍼는 지역주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주기적으로 조사한다. 최근엔 아그로수퍼재단에서 장학금을 지원한 학생이 칠레 대입시험(수능)에서 최고 득점을 올려 화제가 됐다. 가르바리노 양돈협회 전무는 "아그로수퍼가 지역 사립학교를 지원하면서 교육수준이 높아져 수도권 사립학교 수준과 비슷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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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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