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빈곤층 주택 에너지 빅데이터 활용

2017-04-21 10:31:41 게재

주요 선진국이 온실가스 감축책임 의무를 가졌던 교토의정서와는 달리 신기후체제는 당사국 모두가 자국의 역량을 고려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스스로 결정하는 국가별 기여방안을 채택함으로써 세계 기후변화대응 노력에 대한 당사국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우리나라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의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2016년)을 확정해 체계적인 이행방안을 수립했다.

온실가스 국내 감축목표량은 총 2억1900만톤으로 이중 건물부문은 3580만톤이다. 건물부문의 에너지효율화는 제로에너지빌딩 수준의 고효율 건축물의 보급 확대, 노후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개선,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보급 확대 등을 통해 실현될 계획이다.

에너지빈곤층, 노후주택 거주 비율이 67.7%

한편, 신축 건축물은 공공건축물을 대상으로 에너지절약 설계를 의무화하는 등 법적 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나 전체 건물의 97%에 달하는 기존 건축물을 에너지효율화 하는 방법은 아직 제도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에너지 구입비용이 가구 소득의 10% 이상인 에너지빈곤층은 1995년대 이전에 건축되어 에너지 효율이 낮은 노후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이 전체의 67.7%로 매우 높다. 한국에너지재단은 노후주택에 거주하는 에너지빈곤층을 대상으로 2007년부터 단열·창호·보일러 공사 등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을 실시해오고 있다.

에너지효율개선사업은 요금할인, 연료비지원 등 단기적인 에너지복지사업과는 달리 건물부문의 에너지절감과 더불어 효율적·장기적 관점에서 에너지빈곤의 근원을 해소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등 주요한 복지정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2012년부터는 난방에너지 요구량 및 소요량을 계산해 비용효율적 측면에서 지원 우선순위를 선정하고 지원하는 에너지진단 플랫폼을 개발해 사업에 반영하고 있으며, 민간 자격증으로 주택에너지진단사를 교육·양성해 가구별 맞춤형 진단을 통한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에너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우리의 에너지소비량 통계는 주택의 단열, 기밀상태 등 에너지효율 상태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 에너지사용량과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

또한, 일반 가구는 네트워크 에너지(전기, 가스 등)를 중심으로 에너지를 소비하지만 에너지빈곤층은 기본 네트워크와의 통신 인프라가 구비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등유를 사용하는 비율도 높아 기존 전력·가스망을 통해 실시간 전송받는 데이터가 실제 에너지사용량을 대표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에너지진단 플랫폼은 ICT 기술·기기·센서 개발을 통해 더욱 구체화되며, 그 결과는 에너지진단 데이터 서버를 통해 저장된다. 한국에너지재단은 올해부터 지원대상 가구 모두에 에너지진단을 실시함으로써 에너지빈곤층의 에너지사용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더욱 체계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취약계층 에너지자립을 위한 기반자료로 활용

에너지진단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는 주택·복지 통계 등 빅데이터와 결합될 것이다. 수요관리 차원에서 에너지 소비실태를 분석한 데이터가 신재생에너지 도입 등 취약계층의 에너지자립을 위한 기반자료로 활용될 경우, 실질적인 에너지 복지사회 구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에너지진단을 에너지 취약계층으로 한정하지 않고 일반가구로 확대 적용한다면 정부의 2025년 제로에너지 건축물 의무화 제도에 발맞추어 새로운 에너지사업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향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탄소배출권 거래를 위한 에너지신산업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

우중본 한국에너지재단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