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초유기체

진화 과정 이해할 열쇠 '사회적 곤충'

2017-06-30 10:28:32 게재
에드워드 윌슨 외 지음 / 임항교 옮김 / 사이언스 북스 / 5만5000원

수수께끼 하나. 지금 지구의 지배자는 누구인가? 누구나 쉽게 답할 것이다. '사람'이라고. 맞는 말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진화과정에서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지금 최상위 포식자 자리를 차지했다. 또 다른 지배자는 없는가? 있다. 개미 꿀벌 말벌 등 이른바 '사회적 곤충'이다. 놀라지 마시라. 지구상의 개미 무게를 다 합치면 지구상의 모든 인간의 무게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고 한다. 그러면 지구의 지배자가 된 사람과 이들 곤충의 공통점은? 바로 '사회성'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개체는 미미하나 사회성을 무기로 이들은 지구를 정복해왔다.

'개미'(1990년)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사회성 곤충 연구 분야의 세계 최고의 권위자 2명이 다시 손잡고 또 하나의 명저를 냈다. 베르트 휠도블러와 에드워드 윌슨이 '초유기체'(The Superorganism)가 그것. '곤충 사회의 힘과 아름다움, 정교한 질서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과학서적 전문 출판의 사이언스북스 시리즈로 나왔다. 번역자인 임항교 메릴랜드 노트르담대학교 교수 또한 저명한 생물학자이다. 생물학계의 석학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가 추천사에서 쓴 것처럼 그야말로 '믿을 수 있는 학자들의 연구내용을 믿을 수 있는 번역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인 셈이다.

책 제목 '초유기체'가 의미하듯, 저자들은 '사회적 곤충의 군락은 단순한 개체들의 집합이 아니라 유기체에 비견할만한 고도의 조직과 정교한 기능적 면모를 가진 별도의 생물학적 조직'이며 '개체와 개체군 사이의 고유한 진화적 위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유기체인 우리 몸이 단순한 세포의 합이 아닌 전체로서의 새로운 기능과 특징을 가지듯, 이들 사회적 곤충들도 군락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사회성 곤충은 일반 유기체에 대한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많다. 이들 군락은 기본적으로 두 계급으로 분류된다. 한 마리 또는 소수의 번식하는 개체이거나, 나머지 다수는 자기 스스로 번식을 시도하지 않는 일꾼계급이다. 대다수의 군락구성원은 암컷이고, 번식기 직전 짧은 기간 동안 태어난 수컷은 번식이 끝나면 쫓겨나거나 죽임을 당한다. 계급이 나눠져 있고 성 역할이 나눠져 있지만 리더는 없다. 더구나 계급으로 나눠져 있으면서도 진화된 개미사회 안에서는 갈등이 최소화되었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개체로만 보면 이들은 이른바 '이기적 유전자의 자연선택'이라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론과 딱 대척점에 있다. '다수준 자연선택론'으로 명명된 이들의 이론은 도킨스류의 '유전자 선택론'과 치열한 논쟁 중이다.

저자들은 초유기체의 연구가 진화의 과정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본다. 나아가 이들로부터 여러 가지 면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초유기체의 협동하는 개체 사이의 조직망은 새로운 컴퓨터 디자인을 제안해주었으며, 정신이 형성될 때 뇌 속의 뉴런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이해하는데도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독자들은 '초유기체' 속에서 아마 '우리가 누구인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될지 모른다. 아니면 적어도 진화역사 상 최대의 과제로 떠오른 인류와 다른 생명체간의 조화로운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시작할 수도 있다.

남봉우 기자 baw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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