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미·중 경제전쟁 뇌관을 건드렸다

2017-09-05 11:23:08 게재

미 이란식 경제봉쇄 카드 만지작 … 중·러 급속 결속, 달러패권 공략 우회전략

미국이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나라와 무역관계를 끊을 수 있다'는 '이란식 경제봉쇄' 경고장을 꺼내들면서 미중 경제패권 대결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이 군사력과 달러 기축통화를 통해 경제패권을 행사하던 과거와 같은 일방적 게임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와 중 러 경제전쟁 격화│트럼프 대통령(왼쪽)이 북핵제재를 위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수단으로 제시하는 가운데 중 러가 이에 반대하는 등 미와 중 러 간 경제전쟁이 가속하고 있다. 오른쪽은 4일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손 잡은 시진핑 주석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 연합뉴스


캐나다 오타와대학 명예 경제학교수인 마이클 초수도프스키도 4일 온라인매체 글로벌리서치에서 "미국이 고려하는 대북 경제제재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중국과의 무역을 중단하는 건 미국의 경제적 자살"이라고 지적했다.

초수도프스키 교수는 "중국이 대미 수출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실상은 정반대"라며 "제조업 기반이 턱없이 부족한 미국은 중국 제품에 의존하는 수입 기반 소비경제국"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4일자에서 "2016년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4630억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입했다. 중국과 교역을 중단하면 전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는 보호주의 회오리를 몰고올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가디언 국제문제 에디터 줄리안 보거는 "트럼프의 말잔치는 북한을 억제하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들과 치명적 불화를 야기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트럼프를 탓했다.

북핵 사태뿐만 아니라 전세계 주요한 정치, 경제적 사안을 놓고 미국은 중국-러시아와 번번이 부딪히고 있다. 중러가 견고히 결속하며 연대감을 과시하고 있지만, 미국은 뾰족한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오랜 기간 준비 끝에 달러패권을 우회할 방법을 찾아냈다. 중국은 올해말 금으로 태환할 수 있는 위안화 표시 원유선물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은 달러로만 석유를 팔아야 했다. 이같은 석유달러는 금태환을 중단한 미 달러를 다시 전 세계 기축통화로 만든 주역이었다.

하지만 전세계 최대 석유수입국인 중국이 달러보다 더 귀한 금을 위안화에 결부시키면 주요 산유국들은 이에 저항할 도리가 없다.

달러패권이 허물어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석유를 시작으로 천연가스와 구리 등 기타 원자재에도 금 기반 위안화 결제를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러시아의 금매입 열풍도 주목거리다. 러시아는 지난 7월 12.44톤의 금을 외환보유고에 추가했다. 반면 중국은 지난해 10월 이후 추가로 사들인 금은 없다.

하지만 대신 일대일로 추진 지역의 금광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이는 외환보유고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상하이금거래소(SGE) 등이 이끄는 1000억위안(160억달러) 규모의 '실크로드(일대일로) 금펀드'를 통해서다.

중국과 러시아는 모스크바금시장과 SGE를 연계해 금거래를 보다 활성화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다른 브릭스국가들도 참여를 고려중이다. 브릭스 공통의 금시장을 만들게 되면 미 달러를 우회하는 최고의 방법이 된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은 이미 러시아를 표적으로 진행중이다. 하지만 효과는 없고 우방의 신뢰만 잃고 있다. 미국은 최근 러시아의 대 유럽 천연가스 수출을 막기 위해 러시아 에너지기업과 거래하는 유럽 기업을 처벌하는 법안을 상하원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미국의 나토 우방국들은 "미국이 자국의 천연가스 수출을 위해 우리 기업을 제재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좌파 정권의 베네수엘라를 벌 주려던 미국의 계획도 중국과 러시아의 '베네수엘라 백기사 전략'에 어그러질 위기다.

▶"미 패권, 돌이킬 수 없는 타격" 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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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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