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덕후들의 방앗간, 우리 동네 보틀숍

“희귀한 세계 수제맥주 만나보세요~”

2017-09-21 11:13:21 게재

요즘 펍이나 카페에 가면 ‘수제맥주(craft beer)’라는 메뉴를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대형마트와 편의점만 나가도 전 세계 다양한 스타일의 수제맥주가 진열장에 가득하다. ‘맥덕’(맥주덕후의 준말로 맥주애호가를 뜻함)들은 물론이고 이제는 일반인들도 맥주의 재료 및 발효방식에 따른 맛의 차이와 향을 논하게 됐으며 맥주를 그저 마시고 취하는 술이 아닌 즐기고 알아가는 술로 여기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수제맥주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면 우리 동네 ‘보틀숍’으로 가보자. 전 세계 희귀 맥주를 만나고 해박한 지식을 갖춘 주인장으로부터 수제맥주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구로디지털단지 ‘맥주미(美)학’
희귀맥주 가득, 맥주강의도 들을 수 있어

남구로역 인근에 위치한 ‘맥주미학’은 맥주애호가들의 성지로 소문난 곳이다. 가까이는 디지털단지에 근무하는 회사원들부터 멀리 부산과 제주도까지 전국적으로 단골들이 포진해있으며 이들은 단순한 구매자로 머물지 않고 주인장과 함께 맥주에 대한 지식을 끊임없이 공유한다.
맥주미학에 들어서면 양쪽 진열장을 빼곡히 채운 각 나라별 수제맥주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이곳은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희귀제품들과 소량입고 제품들로만 구비해놓고 있어 다른 세계맥주 전문점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마니아적인 감성과 취향으로 가득한 공간이다. 와인 및 맥주 전용잔도 판매하고 있으며 무료증정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중앙 홀에는 구입한 맥주를 시음할 수 있도록 긴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해놓았다.
‘맥주미학’의 강태현 대표는 커피를 더 잘 만들고 싶은 욕심에 와인 소믈리에로 활동했는데 이후 우연찮게 맥주를 접하게 되면서 그 매력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고 한다. 국내는 물론 외국의 유명 보틀숍을 찾아다녔고 홍콩의 작은 보틀숍 ‘크래프티시모’를 방문한 뒤 자신만의 가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 지난해 ‘맥주미학’을 오픈하게 됐다고. 누구보다 맥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그는 가게와 외부에서 맥주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맥주를 평가하거나 소개하는 일이 즐겁다는 강태현 대표는 “맥주미학은 맥주마니아들이 가장 마지막에 찾는 곳”이라며 “대중적으로 알리겠다는 생각보다 마니아들을 위한 장소를 마련해주고 싶었다. 라인업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고 전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250여 가지의 다양한 맥주스타일이 있는 만큼 많은 분들이 ‘라거’에서 벗어나 취향을 확대시켜보시길 바란다”고 권했다.
운영시간은 평일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오후 11시까지이며 일요일은 휴무이다.

 

당산동 ‘오르빗5번가’
카페와 보틀숍이 한 자리에~

당산역 11번 출구에서 나오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오르빗5번가 ORBIT 5st’는 ‘낮커밤맥’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새로 오픈한 카페 겸 보틀숍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복층구조로 꾸민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1층에서 커피나 음료를 주문해 2층으로 가지고 가서 마시는 구조이다. 2층에는 매장에는 다양한 디저트 제품과 수입과자, 음료종류도 판매한다. 맥주는 양조장과 협업해서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 유명한 한정품 위주로 받고 있으며 맥주 수입사와 이벤트도 똑같이 진행한다. 이들 맥주는 일반맥주에 비해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뛰어난 풍미를 자랑한다. ‘오르빗5번가’의 김재중 대표는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파는 맥주는 과감히 뺐다. 유명 수제맥주라도 편의점에 입고된 후부터는 판매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아직은 한정품만 판매하다보니 다른 보틀숍에 비해 맥주의 종류가 많지 않은데 앞으로 조금씩 개수를 늘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오르빗5번가 등촌점’은 로스터리 카페이자 수제맥주 전문점이다. 이곳에서는 집이나 여행지에서 간편하게 수제맥주를 즐기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국내최초 소형캔시머 제작업체 ‘이퀄스’에서 제작한 캔시머로 캔 포장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4구 맥주 캐리어를 맞춤 제작해 좀 더 편리하게 맥주를 가져갈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김재중 대표는 “오르빗5번가는 색다른 수제맥주문화를 만들어가는 곳‘이라며 “1년 미만의 생두로 직접 로스팅 및 블랜딩한 질 좋은 커피는 물론이고 세계 유명 브루어리의 다양한 수제맥주와 와인도 구비해 놓고 있으니 꼭 한번 방문해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운영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밤 12까지이다. 

 

방화동 ‘정겨운 집’
아늑한 오뎅바에서 수제맥주 예찬을!

방화역 4번 출구 인근에 자리 잡은 ‘정겨운 집’은 겨울에는 오뎅바를 운영하고 여름에는 수제맥주를 판매하는 색다른 콘셉트의 매장이다. 나무와 벽돌, 은은한 조명으로 아늑하게 꾸민 가게는 퇴근 후 가볍게 한잔 하고 가기 좋은 분위기. 매장에 놓인 진열장과 작은 냉장고에는 맥주마니아들이 좋아할만한 귀한 수제맥주들로 채워놓았다.
‘정겨운 집’의 조대훈 대표는 “수입사로부터 구입한 특별제품들을 다양하게 보유 중”이라며 “마니아들이 대형마트가 아닌 보틀숍을 찾는 이유는 흔하지 않은 제품을 갖추고 누구보다 맥주를 사랑하면서 맥주에 대해 전문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 주인장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조 대표는 손님들의 취향과 그날의 기분에 따라 어울릴만한 맥주를 권해준다. ‘정겨운 집’을 찾는 손님들 중에는 전용맥주잔을 모으거나 자신이 마신 맥주를 하나하나 기록하고 양조에도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칵테일 바에 가면 메뉴판에 적혀있지 않은 수백종류의 칵테일이 있듯 맥주도 마찬가지다. 독특한 맛을 자랑하는 맥주 중에는 바다소금을 넣어 짭짤한 맛이 나는 맥주가 있는가하면 시큼한 맛, 커리 맛, 치즈맛, 티라미스 맛 등 다양하다. 기존 와인배럴이나 위스키배럴에 오랫동안 숙성시켜 와인과 위스키 맛이 은은하게 배도록 만든 맥주도 있다.
조대훈 대표는 “알고 보면 맥주가 세상에서 가장 다양한 맛을 내는 주류”라며 “한 병에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와인에 열광하는 것처럼 수제맥주 또한 알고마시면 3~4만 원대의 가격이 그리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영시간은 매일 오후 7시 30분부터 새벽 2시 30분까지이며 일요일은 예약제로 운영한다.
11월부터는 사케와 뜨끈뜨끈한 어묵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정선숙 리포터 choung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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