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검사내전

저는 '생활형 검사'입니다

2018-01-12 10:26:58 게재
김 웅 지음 / 부키 / 1만5000원

'검사내전'은 드라마가 아닌 현실 속에서 검사로 경험한 평범한 삶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세상을 속이는 권모술수로 승자처럼 권세를 부리거나 각광을 훔치는 사람들만 있는 것 같지만, 하루하루 청소부처럼 생활로서 검사일을 하는 검사들도 있다. 세상의 비난에 어리둥절하면서도 늘 보람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생활형 검사생활이 그리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스스로 생활형 검사라고 지칭한 저자는 200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18년간 검사 일을 해왔다. '생활형 검사'는 검사가 우리사회 권력 중심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잘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검사는 '거악의 근원' 또는 '정의로운 존재'로 설정된다. 하지만 많은 검사들은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직장인으로, 전문직으로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부 권력 지향적이고 야망에 가득찬 검사가 검찰조직의 전부인 것처럼 왜곡되어서는 안된다. "초임시절 가장 힘든 것은 '검찰청 꼴지'라는 통계나 '과도한 업무'가 아니었다. 술과 회식문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회식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당직을 섰다."

저자는 경력 대부분을 형사부에서 보냈다. 사기사건을 많이 다룬 저자는 대한민국을 '사기공화국'에 비유한다. 사기사건이 창궐하는 이유는 '남는 장사'기 때문이라는 것. 한국에서 사기꾼은 충분한 죗값을 받지 않는다고 말한다. 따라서 위험을 감수하고 재범에 나선다. 77%나 되는 재범률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사기범인을 잡는다해도 피해자는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한다. 삶을 피해 전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저자는 "제발 범죄피해를 당하지 마시라"고 강조한다. "사기꾼은 만만한 데 말뚝 박고, 생가지보다 마른 가지를 꺾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저자는 사기범죄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관련된 사람들의 욕망과 삶의 그림자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검사란 사람공부하기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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