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친서 긍정적일 것"

2018-06-01 11:56:46 게재

1일 백악관서 김영철 면담 … "첫 회담 이어 2차, 3차도 필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전조율을 위해 뉴욕에서 회동했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만남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특히 김 부위원장이 1일 백악관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지자 트럼트 대통령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밝은 미래를 보라"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중앙)이 30일 만찬에 앞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에게 고층빌딩이 즐비하게 늘어선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미 국무부 제공 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1일 워싱턴으로 와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나에게 전달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 방문을 위해 앤드루스 군 기지를 떠나면서 기자들과 만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아주 좋은 회담을 가졌다"면서 "그들은 금요일(6월 1일) 워싱턴DC로 와서 김정은 위원장의 편지를 나에게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기내에서 진행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편지에 뭐라고 적혀있는지 보길 고대한다. 그것은 그들(북한)에게 아주 중요하다"면서 "친서에 뭐라고 적혀있는지 모르지만 매우 긍정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북한정권 실세가 워싱턴을 방문하는 것은 2000년 조명록 차수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2000년 10월 10일 조명록 차수는 워싱턴을 방문해 국무부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면담한 뒤 백악관으로 이동해 빌 클린턴 대통령을 예방했으며, 적대정책 포기와 비핵화, 경제교류, 국교정상화 등을 담은 공동코뮈니케를 발표했다.

미국이 독자제재 대상에 오른 김 부위원장의 백악관 행을 허용한 것은 정상회담을 향한 양국의 다양한 접촉이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회담하는 북-미 |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에서는 곧바로 워싱턴으로 가지 않고 뉴욕을 거쳐서 가는 것을 두고 이런 저런 해석이 나온다. 미국 측이 뉴욕회담에서 북측의 비핵화에 대한 신호를 확인한 후 '선물'을 줬거나, 북측의 과감한 비핵화 결단을 유도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 또는 극적 반전 효과를 노린 계산된 행보라는 관측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폼페이오-김영철 회담에서 "북한이 먼저 제시할 선제적 조치와 이에 따른 미국의 반대급부에 대한 상당한 진전이 있었을 것"이라며 "트럼프를 만나고, 친서를 전달하고, 결단을 언급하는 것은 북미정상회담에서 양 정상들이 회담성과를 좀 더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수순으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미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낙관했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첫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기를 희망한다"면서 "회담을 위한 절차들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 번의 회담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하지만 종종합의는 그런 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한 번이나 두 번 또는 세 번의 회담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언젠가는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첫 번째 정상회담에서는 큰 틀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미국의 완전한 체제보장부터 합의한 후 종전선언, 대북제재 해제, 북미수교, 평화협정 등을 위한 후속 정상회담을 이어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 비핵화에는 미사일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핵 폐기와 더불어 핵무기를 미국으로 실어 나를 수 있는 운반체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문제도 이번에 해결하겠다는 의지표명으로 풀이된다. 그는 "북한 비핵화가 최대한 빨리 실행돼야 하며, 미국이 대북 제재를 해제할 수 있는 상황이 오면 매우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가 판문점-뉴욕-싱가포르 3각축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뉴욕회담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될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내용을 주목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일 "뉴욕과 워싱턴에서 진행되는 북미간 고위급 대화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특히 북미간 회담 진행결과에 따라 남북미 정상회담과 종전선언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며 촉각을 세우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사전대화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최종결심이 필요한 시점까지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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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 이명환 기자 ·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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