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명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

"문정부, 신개발주의 잘못 되풀이 안돼"

2018-06-25 11:08:54 게재

"비환경·주류정책이 녹색화돼야 환경이 산다" … 열린 연구, 시민과 함께 하는 연구 중요

"문재인정부는 지금쯤 한국사회의 녹색관리를 위한 국가 비전과 전략을 구체적으로 내놔야 합니다. 소득주도성장이 사람 중심의 가치를 실현하지만 결과론적으로는 환경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소득이 증가하려면 성장을 해야 하는 데 이때 환경의 개념이 빠져버리면 이명박정부 시절 녹색성장과 별반 다를 게 없어요. 아니 이명박정부시절 뿐만 아니라 진보적 가치를 중요시했던 노무현정부 때도 우리는 신개발주의의 잘못을 뼈저리게 느꼈죠. 참여정부시절 '분권 분산 혁신'을 내세우며 소위 개발특별법들이 50여개가 만들어지면서 지속가능발전을 규정하던 기본법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어요. 우리 진보주의자들은 그 부분에 대해서 정말 반성해야 해요."

19일 세종시 국책연구단지에서 만난 조명래(63)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은 진보진영에 대한 쓴소리를 작심한 듯 내뱉었다. 환경을 중시한다고 내세우지만 말고 이제는 분명한 지도자의 정치철학을 내세워 과감하게 실천할 때라는 것. 환경을 도구적 개념으로 볼 게 아니라 보다 근본 개념으로 바라봐야 하는데 이 부분이 없다며 인터뷰 내내 강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음은 조 원장과의 일문일답.
조명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은│△ 2018년 1월 ~ 현재 환경연구기관장협의회 회장 △ 2017년 11월 ~ 현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 △ 2013~2015년 서울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 △ 2011~2017년 한국환경정의 공동대표 △ 2003~2008년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 2001~2004년 한국공간환경학회 회장. 사진 이의종

■ 원장 취임 소식이 알려지면서 기대감이 상당했다. 독립된 연구 기관으로의 입지를 견고히 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많았는데.

달라지도록 해야 하지만 저항도 있다. 좋은 의미로 변화를 원한다고 말은 하지만 막상 바꾸려고 하면 새로운 변화에 대해서 불만들이 있다. 취임 7개월 정도 되니까 그게 보이더라. 나는 소통을 굉장히 강조하는데, 일각에서는 대화가 충분치 않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하는 것 같다.

원장으로 취임한 뒤 외부에서 몇 건의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나의 의견을 묻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한 번도 원내로 그 얘기를 전달한 적이 없다. 그냥 나 혼자 듣고 끝냈다. 정말 전문가로서 객관적인 평가, 투명한 평가 결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어떻게 조직을 만들어 나갈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고민하고 있다.

■ 3월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가 설악산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제도 문제점 등을 지적한 바 있다. 환경정책 브레인 기관으로서 이러한 문제들을 바꾸기 위해 정책적인 이론을 제시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못하고 안하고, 두 측면 모두 있다고 말하는 게 솔직한 것 같다. 기본적으로 연구원들이 설악산오색케이블카 등에 대해서는 시민사회에서 제기하는 문제의식과 비슷하게, 전문가적인 양심에 바탕이 되는 생각들을 대부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의식이 외부로 나갈 때는 특정 채널을 통해서 나가는데, 이때는 직선적이기 보다는 에둘러 나갈 때도 있다.

4대강사업도 아무런 정치적인 간섭이나 압력이 없는 상태에서 연구가 이뤄졌다면 시민사회 의견과 비슷하게 평가가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물론 우리 내부에도 4대강사업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4대강사업 관련해서 감사가 진행 중이긴 한데, 4대강 생태계 영향 부분에 대한 평가는 우리 연구자들이 제대로 했다. 환경영향평가라는 것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났을 때 그것을 저감하는 방안이 강구되면 해당 사업이 통과가 될 수도 있다.

■ 4대강사업의 경우 수생태계 영향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의외다.

아, 그거는 이런 얘기다. 한 예로 환경영향평가 검토 의견 초안에는 녹조 발생 우려가 된다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환경부와 협의 과정을 거치는데, 사실 평가라는 게 전문가들이 일일이 다 실험을 해서 판단을 하는 게 아니다. 이럴 때 논거도 확실히 갖추지 않았는데 정부 정책만 발목 잡는 거 아니냐며 표현을 바꿔달라고 요청하면, 이른바 '물타기'가 되어버리는 거다. 4대강사업 당시 협의 과정에서 이런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환경전문가라고 해서 환경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은 문제에 대해서 전문가적인 입장을 가질 때는 단순히 연구실이나 교과서, 논문을 통해서 획득한 지식만으로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 어떤 문제에 대한 판단이 우리 사회에 적용이 될 때 사회적 맥락 속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그 앎을 상대적으로 봐야 하는데 의외로 이 부분을 체득하지 못한 연구자들이 있다.

원장이 된 뒤 '열린 연구, 시민과 함께 하는 연구'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 연구원 연구자들은 공학 베이스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부분이 약할 수 있는데, 시민과 함께 하는 방식들의 강구를 아주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우리 경영 비전이 '국민과 함께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사회를 구현하는 선도 국책연구기관' 아니냐.

■ 라돈침대 사태도 있었고 환경보건에 대한 시민들의 니즈가 높아지고 있는데, 연구원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취약한 측면이 있지 않나.

약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원장이 된 뒤 환경연구의 대상과 방법론을 크게 바꾸고 있다. 물리적 환경, 자연환경, 매체중심 환경연구에서 몸 중심의 사회환경 연구로 개념을 변화시키고 있다.

오염이 심화하면서 종전과 달리 오염물질들이 먼 자연에 있지 않다. 환경의 역습에 의해 우리가 쓰는 모든 생활기기들에는 유해물질이 있다.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유해물질들이 신체 속으로 들어와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화학물질 등 4대 유해물질들이 우리 몸과 어떤 상호작용을 일으키는지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

■ 환경보건의 경우 어떤 면에서는 의학 전문가들이 경쟁력이 있지 않나.

물론 그런 측면도 있지만 의학에 중점을 두다보면 환경이 보이지 않는다. 계량적으로 분석만 해서는 한계가 있다. 환경은 좀 전체론적인 연구다. 통합과학으로서 환경의 관점에서 연구를 하기 때문에 유기적인 측면과 전체적인 측면을 봐야 한다. 유해물질이 어떤 양상으로 존재하고 발생하는지 등 통합연구를 한다.

■ 미세먼지를 4대 유해물질로 꼽았는데,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에너지세재개편이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를 뒷받침할 여러 시나리오들도 많이 나왔지만 결국 정책적인 결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나는 그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주류정책의 녹색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한국사회는 전통적인 환경정책이 잘 돼서 환경이 좋아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비환경 부분, 정책에 어느 정도의 녹색 가치를 현실가치로 끼워 넣을 수 있느냐가 문제다.

우리 사회는 개발주의국가다. 환경을 옥죄는 변수들이 환경 분야에 2가 있다면 비환경분야에는 8이 있다. 에너지 산업 국토개발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흩어져 있는 8에 해당하는 부분들을 잡아내지 않으면 환경이 살아남을 수 없다. 6·13 지방선거도 끝났고 이제부터 국정과제를 더 본격적으로 추진할 텐데, 녹색의 관점이 빠져버리면 참여정부의 반환경정책의 재탕이 될 수 있다. 참여정부 때 신개발주의라는 말을 처음 언급하면서 엄청 욕을 먹기도 했지만 자칫 잘못하면 문재인정부가 이러한 잘못을 답습할까봐 걱정이다.

신개발주의 = 신자유주의와 결합한 개발주의. 겉으로는 환경을 배려하고 제도적 절차를 존중하는 듯하면서도 과거보다 더 철저하고 조직적으로 개발성장 중심의 경제논리를 관철시키는 이념을 말한다. 조명래 원장이 처음으로 사용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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