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터지는 악재에 고민도 깊어져

2018-07-11 10:36:29 게재

금통위 하루 앞두고, 고용절벽·관세폭탄 … 금리동결 전망 우세, 성장률 전망 낮추나

최저임금 등 변수 줄줄이

"내년 경제상황 장담못해"

한국은행이 12일 금융통화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나라 안팎에서 경제를 짓누르는 좋지 않은 소식이 잇따라 나오고 있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한 가운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지도 관심이다.

한은 금통위를 하루 앞둔 11일, 나라 안팎에서 악재가 잇따라 나왔다. 통계청은 이날 '6월 고용동향'을 통해 지난달 취업자수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0만6000명(0.4%)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취업자 수 증가가 10만명 안팎에 머무르는 것은 지난 2월 이후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그나마 고용률은 61.4%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1%p 줄었다.

세부적인 내용을 뜯어봐도 고용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 취업자는 같은 기간 12만6000명이나 줄었다. 교육서비스업도 10만7000명 감소했다. 선행경기지수인 설비투자가 계속 줄어드든 것도 향후 고용사정 개선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중국산 제품에 대해 추가적인 관세부과 계획을 밝혀 미·중간 무역전쟁이 격화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0일(현지시간)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이날 2000억달러에 달하는 추가 관세폭탄을 터트리고, 중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여 두나라간 무역전쟁의 파장이 세계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국의 수출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어서 대외경제 여건이 갈수록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관세청은 11일 이달 들어 10일까지 잠정집계한 결과 수출은 140억달러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9% 줄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수입은 국제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19.3%나 올라 대외 무역환경이 급속히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경제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해지면서 한은이 12일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74개 기관 채권 관련 종사자 1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9%가 7월 금리동결을 예상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0일 보고서를 내고 최근 경기 회복세 둔화 우려가 나오고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금리인상에 신중해야 할 때라고 했다.

하지만 한은이 언제까지 금리를 현재 수준에서 묶어두기도 쉽지 않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올해 추가로 두차례 정책금리를 인상해 연말에는 우리보다 최대 1.0%p 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결국 한은이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0.25%p 정도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은은 또 12일 금통위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도 내놓는다. 상반기 두차례 경제전망에서 3.0% 성장을 전망했던 데서 수정할지 관심이다. 일부에서는 2.9%로 하향 수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0.1~0.2%p 수정한다고 하더라도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면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한편 한은 내부에서는 향후 경기전망과 관련 최저임금 인상폭에 주목하는 흐름이 있다. 이르면 이번 주에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 내년도 최저임금 액수가 올해처럼 두자리 수 이상 오를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은 최고위 관계자는 "내년 경제상황이 결코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상당히 심각해 질 수도 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폭도 중소기업이나 시장에서는 중요한 포인트로 바라볼 것"이라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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