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선동 자유한국당 여의도연구원장

'국정방기 프레임' 가동, 인권·노동 챙겨야

2018-07-31 10:59:34 게재

"내년 2월까지 비대위 혁신 시간 충분"

"시민사회와 연계, 상향식 인재육성 필요"

국내 최초의 '정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이 힘든 시기를 맞았다. 질 높은 정책연구, 정확한 여론조사로 이름이 높았지만 자유한국당의 잇단 선거 참패로 입은 내상이 깊다.

여연은 최근 당사 축소이전 과정에서 옛 당사 4층 사무실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 지방선거를 전후해 인력은 20%가량 감축해야 했다.
사진 여의도연구원 제공

30일 서울 여의도 옛 당사 건물 4층 여연 사무실에서 만난 김선동 신임 여연원장(서울 도봉을·사진)은 "연말까지는 국민신뢰를 시급히 회복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비대위 체제에서 여연의 역할은

단기적으로는 비대위가 반드시 성공하기 위한 정무적·전략적 판단에 기여해야 한다. 메시지, 전략, 홍보 메커니즘, 조직 메커니즘 전반을 들여다보고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여연의 위상과 기능을 제대로 회복해야 한다. 여연이 헤리티지재단 같은 보수정당의 싱크탱크로서 본연의 역할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재정비해야 한다.

짐이 무겁다.

■ 어떤 메시지를 국민이 납득할까.

'국정방기' 프레임을 가동해야 한다.

문재인정부가 출범 1년여 간 해온 일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적폐청산과 남북공조 올인이다.

해운·자동차·철강 같은 주요 산업부문의 구조조정이 굉장히 시급했는데 방기됐다. 지난 정부에서 매달 열던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가 이번 정부 들어서는 단 8차례 열렸다. 지적해야 한다.

북한 인권 문제에만 날을 세우던 접근방식은 바꿔야 한다. 우리가 먼저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 전반을 적극적으로 챙겨야 현 정부가 북한 인권을 방기하고 있음을 국민이 공감한다.

노동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먼저 보편적 근로자의 권익을 신장하고 보호하는 데 방점을 두고 정책세트를 만들어야 기득권화된 일부 강성노동세력을 옹호하는 현 집권세력의 민낯을 드러낼 수 있다.

■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가치를 먼저 세우겠다고 한다. 혁신할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

내년 2월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인명진 비대위가 굉장히 길었다고 느꼈지만 3개월이었다.

김 위원장의 최근 던지고 있는 담론들을 보면 구성원들이 빨리 받아들일 수 있는, 보수를 확장할 수 있는 내용이다. 심지어는 환영받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 김 위원장의 최근 현안 입장에 불편해하는 의원들도 있다.

당은 집과 같다. 안락하고 편안하면 집에 들어가려 하고. 개판이면 아무리 에어컨 좋아도 따로 논다. 김병준호가 출범해서 국민들의 마음이 열리고 보수가 다시 결집된다면 그 분들도 굳이 이탈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 원장으로서 지도부에 제안하고 싶은 당 혁신안은.

첫째, 당이 여러 시민사회단체, 직능영역과의 네트워킹에 그동안 너무나 무관심했다. 국민들에게 일방적인 사랑을 받아온 탓이다. 이제는 그게 허물어졌다. 시민단체들과의 연계가 집권을 위한 필수요소가 됐다.

둘째, 아래로부터 인재를 키우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청년 아카데미에서 공부한 청년이 기초단위 선거부터 시작해 기초·광역단체장, 국회의원까지 클 수 있어야 한다.

여당에서는 30대에게 부속실장 같은 직책을 과감히 맡긴다. 몇 년 지나면 이력이 돼서 국회의원 된다. 반면 우리는 부속실장 하려면 상당한 경륜과 나이가 필요하다. 무거운 체질이다. 파격이 필요하다.

■ 민생현장 방문, 종전과 다른 게 있나.

비대위원은 물론 의원들 전원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자원봉사 마일리지처럼 '현장 마일리지' 개념을 적용할 것이다.

편의점이든 공장이든 각자 자기에게 할당된 여러 직역 현장으로 가서 진짜 하루종일 일을 해 보고 다녀와서 사례발표를 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단순 민심청취를 넘어서 현안을 피부로 느끼자는 취지다.

■ 지방선거 당시 기울었던 표심, 여연은 감지 못했나.

파악해봐야 한다. 아주 특별한 국내외 정치적 상황 속에서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조사의 정확성 여부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홍준표 전 대표의 선거전략적 발언들 때문에 여연이 마치 조사를 잘못한 것처럼 오해를 받는 것 같다. 여연은 어떤 당대표가 오더라도 숫자를 의도적으로 바꾸는 곳이 아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이재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