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핀테크기업들 '테크핀 기업'으로 선회

2018-09-17 11:26:00 게재

금융당국 규제에 대응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의 대형 핀테크 기업들이 자국 금융규제 방향을 읽고 '핀테크(FInTech)' 기업에서 '테크핀(TechFin)' 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핀테크가 금융에 더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테크핀'은 금융기술쪽에 더 무게 중심을 둔 것이다. 감독당국이 금융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앞으로 이들 기업은 금융 부문의 성장보다 첨단 금융기술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한국금융연구원이 낸 '중국 FinTech 기업 4사 BATJ(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징둥닷컴)의 금융업 전개 동향'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앤트파이낸셜은 '테크핀'이라는 개념을 발표하면서 향후 자사의 업무내용을 기술에 집중시킬 것임을 강조하고 향후에는 자사의 첨단 금융기술을 이용해 금융 회사외의 제휴를 늘려나갈 것이라는 사업구상을 내놓았다.

알리바바는 핀테크 기업이라기보다 테크핀 기업에 더 가까운 형태라고 스스로를 평가하고 알리페이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목적은 이를 통해 수익을 얻기보다 발전된 금융기술을 이용한 포용적 금융의 실현에 있다고 설명했다.

징둥닷컴의 경우 향후 금융관련 업무를 은행 등 전통적 금융기관으로 넘기고 금융기관 전용 기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비전을 지난 4월 발표한 바 있다. 개인대상 금융업 대신 기업대상 기술제공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텐센트는 현재까지 탈금융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금융기관과 금융기관 이용자의 중개자로서 금융기관에 기술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 바 있다.

핀테크를 선도하는 이 기업들이 '금융업 확대'에서 '금융기술 개발'로 선회하게 된 것은 당국의 규제 강화 때문이다. 지난해 말 중국 정부는 '금융리스크 방지'를 2018년 중요 정책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고 이에 따라 BATJ 같은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관련 업무와 투자를 확대할 경우 향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그럴 경우 금융당국의 규제가 더 강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 기업들은 금융업 전략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중국 인민은행은 인터넷 결제업무를 취급하는 업체들에 통합결제시스템인 '왕롄'을 도입하도록 하고 올해 6월 30일부터 왕롄을 통해서만 결제업무를 처리하도록 해 제3자 결제서비스시장은 이미 금융당국의 통제 하에 들어간 상태다.

한편 알리바바는 알리페이를 설립해 2011년부터 제3자 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알리바바의 금융부문 계열사인 앤트파이낸셜은 산하에 알리페이 외에 인터넷은행 마이뱅크, 신용정보제공회사 즈마크레딧 등이 있다. 2018년 5월 현재 알리바바 그룹에서 제공하는 금융서비스 이용자 수는 6.2억명에 이른다.

텐센트는 SNS 기반인 위챗을 통해 제3자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며 자산관리서비스인 리차이퉁, 신용대출상품인 웨이리다이 등의 종합금융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텐센트 그룹의 금융서비스 이용자는 8억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징둥닷컴은 2012년 페이팔을 인수하면서 제3자 결제서비스 분야에 뛰어들었다. 징둥닷컴은 상류파이낸스와 징둥바이타오 등 중견·중소기업용 대출상품 판매에 집중하고 있으며 징둥닷컴 그룹을 이용자 수는 4억명 정도로 추산된다.

바이두는 이 세 기업보다 늦게 제3자 결제서비스업에 뛰어들었고 현재 1억명 정도의 금융서비스 이용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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