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화마을 성수동 새 명물 '성수지앵'

2018-11-26 10:50:49 게재

토박이 주민 협동조합, 초콜릿 생산·판매

지역 알리고 동네가치 높이는 효과 톡톡

"하루하루가 활기차고 즐거워요. 주중에 (일이 많아) 힘든데 주말에 쉬고 있으면 궁금해져요." "나이 60세에 어디서 일을 할 수 있겠어요. 협동조합이라는 게 생소하긴 한데 동네를 알리는 일이라 좋아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사는 양미자(62)씨와 신옥분(60)씨. 지난 5월부터 평일 오전 10시면 성수동2가 상생도시센터 건물로 출근을 한다. 대부분 손아래인 이웃 13명과 함께 카카오 열매를 볶아 가루를 내고 중탕해 모양틀에 넣는 작업부터 고운 초콜릿을 전용 종이상자에 담아 포장하고 진열·판매한다. 두사람 일터는 '성수지앵'. 파리 토박이를 부르는 '파리지앵'에서 이름을 따온 이 회사는 조합원 15명이 6000만원을 출자한 도시재생 협동조합이다.

성동구 성수동 주민들이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해 초콜릿으로 뭉쳤다. 성수지앵 조합원들이 직접 만든 초콜릿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성동구 제공


성수지앵은 수익을 창출하는 협동조합이지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성수동 일대 도시재생사업 연장선상에 있다. 성동구와 주민들이 손잡고 성수역~뚝섬역 다리 아래 공간을 사회적경제 융복합 공간으로 꾸몄는가 하면 보행환경이 열악한 골목길은 걷고 싶은 거리이자 생활밀착형 자전거 순환길로 바뀌었다.

구는 여기서 한걸음 나가 주민들이 지역 문화·자연·인적 자원을 활용해 공익사업을 하고 지역 가치를 높이는 협동조합·비영리민간단체 설립을 구상해왔다. 표 찬 성수 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은 "도시재생사업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40~60대 여성들이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한 끝에 성수동을 대표하는 수제화와 먹거리를 연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주관한 바리스타교육이 시작이었다. 차은경 성수지앵 도시재생 협동조합 이사장처럼 '커피'를 꿈꾸며 교육장을 찾은 주민들이 뭉쳤다. 차 이사장은 "커피를 배우려고 딸과 함께 찾았는데 올해 말이면 서울시 지원사업이 끝나고 주민들이 모이는 공간이 문을 닫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우리 놀 곳이 없어지는 만큼 수익을 내는 사업을 통해 공간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돌이켰다.

요즘 대세인 수제 초콜릿으로 성수동 수제화를 알리자고 의견을 모은 뒤부터 또다른 배움을 이어갔다. 성동구와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초콜릿에 예술성을 더하는 쇼콜라티에, 초콜릿 음료를 위한 소믈리에, 가죽·소품을 활용한 업사이클, 그리고 실제 사업에 필요한 법인·세무교육까지 지원했다. 각종 공모사업이나 지원사업을 연계할 수 있는 길도 안내했다.

상생도시센터 카페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사회와 소통을 재개한 주부 15명이 출자한 자금에 각종 사회적경제기업 지원자금을 더해 자본금 1억원을 마련했다. 지난 수능시험때 '수능 초콜릿'을 비롯해 벌써 3가지 제품을 개발, 1000상자 이상 판매했다. 연말까지 적어도 2000만원 이상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초콜릿은 시작일 뿐이다. 수제화 업계에서 사용하는 가죽과 연계해 열쇠고리나 화장품지갑 등 성수동을 대표하는 기념품으로 사업을 확장, 서울숲 등지를 찾는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지갑을 열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성수지앵 홍보용으로 제작한 에코백이나 축전지 커피컵 등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차 이사장은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점포가 마련되고 수익이 생기면 (지역사회에) 또다른 기회가 된다"며 "다문화가정·공동육아시설 요리교실과 연계해 200명까지 일자리창출도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조합도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바리스타 교육을 마친 뒤 상생도시센터 카페에서 80시간 봉사로 검증기간을 거쳐야 합류가 가능한데 대기자가 줄을 잇는다. 조합원 가입 서류에 서명하자마자 조합비를 송금한 김윤미(49)씨는 "경단녀가 성수지앵으로 사회생활을 재개한다"며 "조합원들 활동을 지켜봤는데 웃으면서 일하는 모습에 특히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선배 허경아(48)씨는 "고3 수험생이 있는데 성수지앵에서 치유받는다"며 "자기계발도 좋지만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면 가족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성수동에 주민복합공간인 나눔공유센터를 추가, 주민 주도 도시재생사업이 공동체 재생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지하 1층, 지상 6층 연면적 900㎡ 센터에는 작은도서관 공동육아 실내놀이터 등 온세대 돌봄과 주민 직장인 공동체가 어우러지는 공간이 들어선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성수동은 사회적경제와 도시재생이 만나 지역사회를 조금씩 바꿔나가는 대표적 사례"라며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가 자리잡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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