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주브라질대사 김찬우

새로운 60년을 향한 동반자 브라질

2019-03-22 11:42:32 게재

남미에서는 "신이 내린 땅"이라고 하는 축복받은 국가들이 다수 있다. 그 중에서도 신과의 인연은 브라질이 단연 으뜸인 것 같다. 브라질은 크기에 있어 남미대륙의 일부라기보다는 대륙이라고 할 만하며, 토지 또한 비옥하여 "세계의 곳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세계의 허파이며 생물자원이 풍부한 아마존의 60%도 브라질이 차지하고 있으며, 광물자원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단연 선두에 있다.

브라질은 이러한 자연적인 축복 위에 우리를 놀라게 하는 기술력도 찾아 볼 수 있는 국가이다. 라이트 형제에 비견되는 상투스두몽의 후예답게 전 세계 중소형기 시장에서 손꼽히는 강자이며, 7500 킬로미터에 달하는 해안선을 따라 매장된 석유를 개발하기 위한 심해저 탐사, 채굴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브라질을 세계의 곳간이 될 수 있도록 한 농업 분야 연구 개발 수준도 세계적이다.

그러나 브라질은 보유하고 있는 잠재력을 아직까지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금년 1월에 출범한 보우소나루 신정부는 사회보장시스템 등을 포함한 분야에서 과감한 개혁조치를 취하고자 한다. 출범 초기라 성과를 논할 단계는 아니나, 개혁조치의 방향이 브라질이 필요로 하는 재정적자 문제 해소, 대외 개방을 통한 생산성과 경쟁력 향상에 맞춰져 있어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을 하고 있다.

브라질 신정부가 추구하는 비전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자체적인 노력에 더해 이 노력을 적극 지원할 수 있는 마음에 맞는 동반자가 필요하다. 브라질이 남미에서는 제조업 강국이기는 하나, 반세기에 걸쳐 축적된 제조업 기반을 가지고 있고,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은 브라질에 더할 나위없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 1959년 수교 이래 쌓아 온 우정은 서로가 협력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

우리 동포들은 1963년부터 브라질로 이민 오기 시작하여, 우리 민족 고유의 근면과 성실함으로 브라질 사회에 정착하는데 성공하였으며, 이제 상파울루 봉헤찌로는 남미 최대의 한인 타운이 되었다. 이러한 이민자들을 통한 기여의 바탕 위에, 1990년대 중반 삼성전자, LG전자가 브라질에 진출하였고, 이후 현대 자동차, 동국제강, 포스코 등의 글로벌 기업도 본격 진출해 브라질의 경제,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은 브라질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브라질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60 % 이상이 한국 제품이며, 현대 자동차는 HB20라는 소형차를 생산하고 단기간에 10%의 시장을 확보하였다.

또한 브라질과 한국 기업이 합작으로 설립한 북부 세아라주 뻬셍에 건설된 제철소(CSP)는 세아라주 GDP의 10% 이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외에도 브라질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모범적인 한국 기업들도 많이 있다.

현재 한국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가 회원국인 남미공동시장 메르코수르와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이 된다면, 한국과 메르코수르의 중심에 있는 브라질과의 관계는 일대 전환을 맞을 것이다. 연간 1백억달러 수준의 교역, 10억달러 정도의 대 브라질 투자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이에 따라 양국간 인적 교류도 보다 활발해 질 것이다.

한국과 브라질은 비행시간만으로도 24시간이 넘는 거리에 있다. 이러한 지리적인 거리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 왕래가 늘어나면 양국 국민들의 심리적인 거리는 단축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SNS를 통해 브라질에서 K-Pop, K-Drama, K-Beauty가 인기를 얻고 있고, 한국에서도 삼바와 보사노바가 들려지고 있어 양국 국민들간 이해와 좋은 감정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브라질에는 "오래된 냄비가 좋은 음식을 만든다(Panela velha e que faz comida boa)"라는 속담이 있다.

브라질의 무한한 잠재력과 브라질이 필요로 하는 교육, 과학, 기술,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진 한국이 지난 60년의 우정을 기반으로 새로운 60년을 향해 함께 나아간다면, 양국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이다.

금년은 브라질과 한국이 마음 맞는 동반자로서 밝은 미래로의 여정을 함께 해 나가고자 하는 결의를 새롭게 다지는 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