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체매립지 조성 가시밭길 예고

2019-04-03 11:26:43 게재

용역 마무리단계 … 후보지 주민 벌써 반발

시민단체·전문가 "공론화·정치적 결단 필요"

인천시 "용역보완 뒤 후보지 1차 공모 진행"

환경부와 서울·경기·인천 3개 시·도가 공동으로 추진한 수도권매립지 대체부지 조성을 위한 용역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향후 절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용역보고서에 대체부지로 거론된 지역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해당지역 주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는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는 용역결과를 공개하고 서둘러 공론화 절차를 밟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향후 절차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환경부와 3개 시·도가 내년 총선 등을 고려할 때 정치적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3일 환경부와 서울·경기·인천시에 따르면 이들 3개 지자체는 2016년 대체매립지 확보추진단을 구성, 대체부지 선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벌여 최근 최종보고서를 받았다. 지금은 용역을 주관한 인천시가 보완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언론 등을 통해 대체매립지 후보지로 인천 영종도(준설토 매립장)와 경기 화성·평택·시흥 등 서해안지역이 거론되면서 해당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인천 영종도 주민들은 벌써부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집단 대응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수도권 대체매립지 조성에 반대하는 민원도 올라오고 있다.

그러자 기존 수도권매립지가 위치한 인천에선 매체매립지 조성 관련 용역을 공개하고 서둘러 공론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후보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자칫 대체매립지 조성 자체가 미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경실련은 1일 논평을 내 "인천시는 타 시도의 이해관계에 개의치 말고 용역보고서를 즉각 공개하고 관련 쟁점을 공론화위원회에 상정, 인천시민 입장이 반영된 해법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현 수도권매립지 매립종료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며 이를 위해 대체매립지 선정 절차를 투명하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체매립지 선정을 못해 불가피하게 매립 연장을 요구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백 현 인천시 환경녹지국장은 "현재 보완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용역결과에 따라 조만간 후보지를 대상으로 1차 공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부와 경기도는 아직 향후 절차에 대해 결정된 게 없다고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용역에는 대체매립지 뿐 아니라 수도권 쓰레기 정책 전반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고 현재 보완 중"이라며 "공모 방식 등 향후 절차에 대해 논의 중이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공모를 진행하려면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데 비용을 얼마나, 누가 부담할지 등의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서울·인천·경기 등 3개 시도에서 대체매립지와 관련한 협의를 긴밀하게 하고 있다"며 "3개 시도의 의견 합의가 이뤄져야지만 이후 일정이나 처리방식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체매립지 후보지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해도 끝나는 게 아니다.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폐촉법)에 따라 시·도 공무원, 해당 후보 지역 주민대표, 시·도의회 의원, 전문가 등(25명 이내)으로 이뤄지는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 대체매립지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연구기관에서 입지 후보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와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을 받아야 한다. 입지선정위원회가 입지를 결정한 뒤에도 폐기물처리시설 신청 승인 절차가 남아있다. 게다가 이 절차들은 대체매립지 시공기간은 제외한 것이다. 매립지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시공기간만 3~4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립을 시작, 향후 7년간 사용할 예정인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에 들어오는 쓰레기량이 예상보다 많아 조기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대체매립지 조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소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생활환경연구실장은 언론기고를 통해 "당사자인 3개 시·도가 합리적 방안을 강구하고 중앙정부도 지자체의 어려움을 파악해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특히 단체장들이 눈치만 보며 시간만 흘려보냈다가는 폐기물 대란으로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는 만큼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태영 김신일 김아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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