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미국내 대북정책 '엇박자 수수께끼'를 풀어라

2019-06-03 11:32:31 게재

한반도와 워싱턴에서 북한 문제를 두고 온갖 해석이 난무해 돌파구와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이 쏜 발사체를 놓고 한국과 미일 간 시각 차이도 그대로 노출됐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핵심참모들 사이에서도 엇박자가 나고 있다. 이런 엇박자를 혼선과 갈등으로 해석하지만 배트캅과 굿캅의 역할분담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온갖 주장이 어떤 배경에서 나오는지, 무슨 신호를 보내려는 것인지 수수께끼를 풀어야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북미협상의 교착상태를 깨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상을 재가동시킬 수 있다.


◆트럼프 vs 참모들 계속되는 엇박자 = 북한이 쏜 단거리 미사일을 놓고 트럼프행정부에서 엇박자가 그치질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일본에서 "작은 무기들에 개의치 않는다. 내 사람들은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보고 있지만 나는 다르게 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약속을 지킬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외교 협상의 문을 여전히 열어놓고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반면 핵심 참모들은 "북한이 쏜 발사체는 단거리 미사일로 제재결의 위반"이라고 잘라 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혼자만 김정은 위원장을 감싸고 있을 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에 이어 패트릭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까지 대통령과 엇박을 치고 있다.

샹그릴라 안보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동남아를 방문하던 중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은 "북한이 쏜 것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규정하고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일본방문 중에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규정한데 이어 대통령의 공개 일축 이후에도 국방부 수장까지 대통령과는 다른 입장을 취한 것이다.

◆트럼프 나홀로 '왜 그럴까' = 미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등 미 언론은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미 행정부내 혼선과 갈등으로 간주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많이 조언을 듣는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부르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 단거리 미사일을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내의 엇박자를 역할분담 전략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국가안보보좌관, 국무부, 국방부, 정보 당국과 다른 입장을 보여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홀로 유화적인 제스처를 쓰고 있는 실제 배경은 외교협상보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개인적인 관계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개인적인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판단하고 "정상간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나의 몫은 다했으니 비핵화는 이제 장관 이하 행정부 관리들이 해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한미정책국장은 VOA(미국의 소리)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프로레슬링에 관여한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굿가이와 베드가이의 상호작용 스토리를 좋아하기로 유명하다고 전했다. 스나이더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적이 아닌 조력자로 보고 "자신의 매력으로 김정은을 우리 편으로 끌어 들였다는 점을 부각시키거나 김정은이 나를 화나게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공포감을 주는 스토리를 매우 좋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관측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김정은 위원장과의 개인적인 관계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정상간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시켜 나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을 화나게 하는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현재와 같이 김정은 감싸기, 유화 제스처를 취하며 대화와 협상의 문은 열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혁철 처형보도 믿기 어렵다 = 김정은 정권이 북미간 실무협상을 맡았던 김혁철을 처형하고 협상을 총괄했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강제노역에 처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하자 워싱턴도 발칵 뒤집혔으나 이제는 한국 언론의 북한 보도는 믿기 어렵다며 지켜보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한국 언론이 너무 오보를 많이 냈던 점을 꼬집고 있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정보 사안에는 어떤 식으로든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 목표인 비핵화에 계속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독일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혁철 처형 보도에 관한 질문에 해당 보도를 봤고 사실 확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비해 미국의 주요 언론은 한국 언론 보도에 크게 주목하고 이를 비중 있게 다뤘다. 그러나 처형됐다던 현송월이 남북, 북미정상 회담장에 모두 등장한 바 있어 북한내 처형설을 액면 그대로 믿으려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는 숙청 보도에 대해 "많은 미 관리들과 외교관 중 다수는 이 이야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하거나 심지어 그것에 대해 신중하고 노골적인 회의감을 표현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보도 내용을 전하며 고위급 탈북민의 말을 인용해 실제 처형된 것이 맞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북한은 그동안 북미협상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게 돌려왔는데 처형했다면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부르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한국 언론에서는 처형됐다던 현송월과 같은 인물들이 재등장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다만 노동신문 논설 내용으로 볼 때 북한 내부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보도 내용이 확인된다면 북미협상에 좋지 않은 여파를 미쳐 실무협상이 재개되기는 더욱 어려워 질 수 있다고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내다봤다.

◆북미 압류자산 맞교환 하나 = 꽉 막혀 있는 북미간 교착상태에서도 물꼬를 다시 트게 할 사안들이 생기고 있다.

돌파구가 될 사안 중 하나로 양측이 압류하고 있는 자산들을 맞교환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최근 미국이 압류한 북한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와 50년 전 나포된 미 해군 정보함 푸에블로호가 맞교환되는 방안을 주시해야 할 것으로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이 밝혔다.

이미 북한은 와이즈 어네스트호를 반환하라며 국제여론전에 나섰다. 미국은 나포된 지 50년이 된 푸에블로호를 반환하라고 강력 요구하고 있다. 특히 존 볼턴 보좌관이 푸에블로호 송환이 먼저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미북 간 오랜 대립의 상징인 이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달 25일 일본 방문 중 미국 정부가 최근 북한의 와이즈 어네스트호를 압류한 데 대해 "적절한 조치였다"면서 북한의 화물선 반환 요구와 관련해 "그 문제를 논의하려면 푸에블로호 반환 문제부터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에블로호는 51년 전인 1968년 1월 23일 원산 앞바다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미그기와 초계정 등을 동원한 북한 해군에 의해 나포됐다. 미국은 그해 12월 영해 침범을 사과하는 문서에 서명 했고 북한은 나포 당시 사망한 시신 1구와 82명의 승조원을 송환했지만 푸에블로호는 반환하지 않았다.

만약 북한이 푸에블로호를 전격 반환한다면 미국과 적대관계를 종식시키는 상징적인 대사건이 될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중대한 정치적 승리를 안길 수 있게 된다고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이 내다봤다.

◆긴장 높아지면 트럼프 직접 뛰어든다 = 북미협상의 교착상태를 깰 또 다른 열쇠는 트럼프 대통령이 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현재 교착상태가 장기간 안 풀리거나 긴장이 높아지게 되면 직접 구원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부르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톱다운 방식을 추구해왔기 때문에 대화와 협상이 오랜동안 꽉 막히게 되면 직접 뚫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기싸움으로 긴장이 고조될 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나서 진정시킬 것이라고 부르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비핵화 협상은 물론 다른 외교협상에서도 비슷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첫 북미정상회담 때에도 정상회담 일정을 취소했다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180도 반전 시켰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결렬시켜 현재의 교착상태에 빠져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간 개인관계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고 정상간 우의만 유지된다면 교착상태를 뚫거나 긴장고조를 막아낼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