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째 논란 '동남권 신공항' 이대로 괜찮나 ②

"국내외 항공기 조종사 72.7%(조종사 341명 대상 설문조사) '김해공항 위험하다'"

2019-06-12 11:06:15 게재

2002년 공항인근 돗대산 추락사고로 129명 사망

"김해 안된다" 여섯번이나 결론 났는데 '모르쇠'

800만 부울경 "불안" 호소, 정부는 "문제 없다"

2016년 6월 박근혜정부는 당시 부산과 대구가 치열하게 경쟁하던 동남권신공항 부지를 김해공항으로 선택하는 발표를 한다. 부산이 추진한 '가덕도'도 대구가 추진한 '밀양'도 아닌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해 신공항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이 선택이 오히려 논란에 불을 지폈다. 김해신공항이 결정난지 만 3년이 됐지만 첫 삽조차 뜨지 못하는 상태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은 지금도 김해공항을 신공항이라 부르지 않고 확장이라 부른다. 말이 좋아 확장이지 사실상 거부나 다름없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이후는 자체적으로 검증단을 꾸리더니 최근 3개 광역단체장 이름으로 "김해공항 확장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부울경 단체장과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대국민 검증발표회를 갖고 "총리실이 공정한 판정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문제있는 공항을 추진해봐야 800만 부울경 주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그 돈으로 차라리 미리부터 제대로 된 공항을 짓는게 낫다"고 말했다.

7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면 다른 지자체들은 못 받아서 안달인데 부울경이 이렇게 반발하는 이유는 뭘까.


◆돗대산 참사 잊었나 = 결론은 안전과 직결돼 있다. 지난 2002년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던 비행기가 인근 돗대산 정상에 추락하며 12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국내에서 발생한 최악의 항공사고다. 이때부터 부울경은 김해공항이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신공항을 모색해왔다.

김해공항 주변의 산은 안전 위협의 최대 요소들이다. 이미 한번 사고가 난 돗대산은 물론이고 국토부가 V자 활주로를 계획하면서 위험반경은 주변 산악지대 모두로 확대됐다.

지금도 이착륙할 경우 급격하게 180도 가까운 선회를 해야만 하는 공항이다. 병풍처럼 둘러쌓인 산을 피하기 위해서다. 안개가 끼거나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 승객들의 불안감은 더 커진다.

김해공항의 위험도는 항공기 조종사들이 실감하고 있다. 부산발전시민재단과 포커스 컴퍼니가 2016년 5월 국내외 조종사 3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2.7%가 '위험하다'가 답했다. '보통'(17.3%) '양호하다'(10.0%)는 답을 앞질렀다.

인접해서는 357만평 규모의 대규모 자급자족도시인 에코델타시티가 건설 중이다. 계획된 33개 아파트 2만7000여 세대는 공항시설법 적용을 받으면 45m 이상 높이는 지을 수 없다. 예외적으로 고층 아파트를 짓게 된다 하더라도 살게 될 주민들은 위험에 내몰린 처지가 된다.

◆문제점 수두룩, 삽 뜰 수 있나 = 안전 위험만 있는게 아니다. 주변 산과 신도시 건설로 확장이 불가능한데다 용량 부족, 소음피해 확대, 법적검토 미비, 수요 미반영 등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 자체가 논란이다. 부울경은 정치적 결정을 위해 억지로 끼워맞추다 보니 부실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소음문제는 축소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국토부는 소음 피해 대상이 2732가옥이라고 분석했지만 부울경은 검증을 통해 8.5배인 2만3192 가옥이 영향권에 드는 것으로 판단한다. 군공항 용도로 함께 사용하는 탓에 군항기 훈련으로 10만명 가량의 주민이 새로운 소음에 시달릴 전망이다. 국토부는 운항횟수를 10만회나 줄이고 심야시간 운항비율까지 대폭 줄여 발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새로 생기게 될 활주로는 반쪽짜리 기능 문제에 쌓여있다. 활주로 길이가 3200m에 불과해 대형화물기 등은 활주로 이탈사고 위험까지 생긴다. 가장 많이 운항하는 보잉 747점보기의 안전착륙 길이가 3700m로 알려져 있다. 강이 가로막혀 활주로 연장도 불가능하다.

공항수요 예측은 신뢰성에 의문을 낳았다. 2016년 신공항 발표시에는 2050년 여객수요를 3653만명이라고 했는데 2017년 KDI의 예비타당성조사와 2018년 기본계획을 거치더니 839만명이나 줄어든 2814만명을 예측치로 내놨다.

◆"김해에는 신공항 불가" 판정만 6번 = 부울경 반발의 이면에는 공항정책을 결정한 국토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국토부 스스로 "김해공항은 신공항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내린 결론만 세차례다.

국토부는 2002년 김해공항 안전성 확보방안 연구용역을 통해 "장애물 등 산을 깎는데 비용이 너무 과다하고 깎아낸다 하더라도 수용능력이나 효율성이 높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공항 추진 지시 이후인 2007년에도 국토부는 김해공항에 대해 5가지 대안으로 검토했지만 결론은 2002년과 동일했다. 부산과 대구가 신공항을 두고 본격 유치전이 시작된 2009년에도 국토부는 동남권신공항 개발의 타당성 및 입지조사 연구 용역을 통해 김해에 대해 부정적 판정을 내렸다.

부산시 역시 김해공항 확장을 고민했다. 이 역시 자체 실시한 2번의 용역에서 "김해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2006년 한국교통연구원과 2008년 부산발전연구원은 국토부가 김해공항 확장을 검토했던 대안에 대해 재검토를 해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대구경북도 마찬가지 결론을 내렸다. 지난 2016년 대구시가 대구경북연구원에 의뢰한 김해공항 확장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에서도 "동남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처리 능력이 안 되고 활주로 길이도 짧아서 관문공항 기능을 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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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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