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대산산단 사고 관리체계 허술

2019-06-19 11:09:52 게재

한화토탈 사고 직후 또 화학사고

주민들 "정보공개와 실태조사부터"

충남 서산시의회는 최근 대산산업단지 대표적인 입주기업인 4개사 안전담당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질의응답을 가졌다. 기초의회가 행정사무감사에 지역 기업인들을 출석시키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지난 5월 이 지역 한화토탈 유증기 분출 사고 이후 달라진 풍경이다. 4개는 롯데케미칼 엘지화학 한화토탈 현대오일뱅크였다.

이날 시의원들은 이들에게 △안전보안시설 추가 설치 △협의체 구성을 통한 시설물 교차 점검 △폐수 통합처리 시스템 구축 △공단 주변 해양사고와 오염 예방 등을 요구했다.

한화토탈서 유증기 유출 | 지난달 17일 오후 충남 서산시 한화토탈 공장 내 옥외 탱크에서 유증기가 분출하고 있다. 사진 독자제공


◆매년 사고 폭발적 증가 = 충남 서산시 대산산단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사고가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추세는 증가일로다.

지난 5월 22일 KPX그린케미칼의 굴뚝에서 암모니아류 가스가 감지됐다. 한화토탈 유증기 분출 사고 이후 4일만이다.

이날 사고는 한화 사고와 달리 화학사고 판정을 받았다. 관계기관은 한화토탈 사고를 공정상 사고로 보고 있다. 화학사고는 일반적으로 사람이나 자연에 유해한 영향을 끼치는 페놀 벤젠 등 유해화학물질 97종이 유출된 경우다.

서산시에 따르면 통계를 잡기 시작한 2017년 이후 대산산단에서 발생한 화학사고는 모두 3건이다. 2018년 1월 롯데케미칼의 벤젠 누출, 2019년 4월 엘지화학의 페놀 유출, 2019년 5월 KPX그린케미칼의 암모니아류 가스 감지다. 2017년 한번도 없던 화학사고는 2018년 1건 발생하더니 올해는 상반기에만 벌써 2건이 발생했다.


화학사고만이 아니다. 화학사고를 포함한 전체 사고는 2017년 3건에서 2018년엔 10건으로 늘어나더니 2019년엔 4월 말 현재 벌써 6건이 발생했다. 5월에 발생한 한화나 KPX사고는 아직 통계에 잡히지 않은 결과다.

사고를 유형별로 보면 2년 4개월 동안 교통 2건, 화학 2건, 안전 6건, 낙뢰 등 전기 2건, 화재 3건, 공정 3건, 가스 1건이다.

◆경고도 대책회의도 무용지물 = 서산시 대산읍 산업단지는 엄밀하게 보면 일반 산업단지가 아니다. 1985년 이후 현대 삼성 등 대기업 석유·화학기업이 앞장서 자체적으로 조성한 산업단지다. 서산시에 따르면 이렇게 조성된 단지엔 대산읍 일원에만 5월 말 현재 56개 기업이 들어서 있다.

대산산단에 대한 우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당장 한화토탈 유증기 분출사고 직전에도 경고가 있었고 대책회의도 있었다.

안효돈 서산시의원은 지난달 13일 시의회 5분 발언에서 "2018년 1월 롯데케미칼 벤젠 누출, 2월 한화토탈 거대 화염 발생, 5월 LG화학 폭발음, 8월 현대오일뱅크 유증기 누출, 11월 KCC 화재 등 대산공단 메이저 5사가 10개월 동안 돌아가며 사고를 냈다"며 "항간에 큰 사고의 징후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시의원은 "더 이상 기업의 양심에 맡길 수 없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했지만 불과 4일 후 한화토탈 유증기 분출사고가 발생했다.

한화사고 전달인 4월엔 엘지화학의 페놀 유출 뒤 서산시와 대산산단 대기업 6개사가 모여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주민들, 설마하다 큰 충격" = 지역에선 최근 급증하는 사고 원인을 일단 30년 넘은 노후시설과 급격한 증설로 보고 있다. 안효돈 시의원은 "이미 시설이 30년을 넘으면서 노후화됐고 증설도 전면적이라기보다 일부 병목현상을 해소하는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여기에 기업들의 안전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지역에선 최근 사고들을 계기로 총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권경숙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걱정하면서도 설마했는데 이번 사고를 계기로 허술한 기업의 안전관리와 정부대응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더 큰 사고, 인재사고를 막기 위해 대책마련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사무국장은 "일단 유해물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공개와 주변 환경, 주민들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컨트롤타워인 지역 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역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효된 시의원은 "국가산단이 아니다보니 관리감독 주체가 불분명하다"며 "이 때문에 사고가 나면 책임지는 기관이 명확하지 않다. 이번 기회에 협업체계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산시는 오랜 기간 대산산단의 국가산단으로의 전환을 요구해왔다.

서산시는 사고 이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1일 대산읍에 환경화학사고대응TF팀을 신설하고 사업장 순찰과 지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는 사고에 이렇다 할 권한이 없다. 2012년 구미 불산사고 이후 2015년부터 중앙정부에서 이들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서산시 관계자는 "화학사고 등에 대해 지자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한정돼 있다"면서도 "다시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이 우리 지역을 포기했다고 간주하고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산시는 기업과 정부에 노후화된 시설에 대한 전면 교체와 1조2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사회적 피해비용에 맞는 세제혜택 등을 요구하고 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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