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공항은 되는데 흑산도공항은?

2019-06-24 12:00:18 게재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훼손 우려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통과 못해

전남도, 올해 재심의 추진계획

울릉공항과 흑산도공항의 운명이 갈라졌다. 울릉공항은 내년도 4월 첫 삽을 뜨는 반면, 흑산도공항 건설은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당초 국토부가 발표한 두 공항의 완공시기는 2020년으로 동일했다.

이처럼 두 공항의 운명이 달라진 것은 놓여진 조건이 달라서다. 우선 울릉도는 지질공원이지만 흑산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지질공원은 지질·역사·문화·생태 등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제도로 행위 제한이 가장 적지만 해상국립공원은 다르다.

이런 울릉공항도 사업성 부족으로 두번이나 좌초됐다. 1997년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면서 10년 넘게 진전이 없었다. 2015년 말에는 입찰참가업체를 확정했지만, 사업성 부족으로 업체가 중도하차하면서 또다시 무산됐다.

정부가 2017년 매립에 들어가는 암석 일부를 육지에서 반입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변경해 발주하면서 울릉공항 건설이 가시화됐다. 울릉공항은 2020년 상반기 착공해 2025년 개항할 예정이다.

울릉공항이 사업성 부족 등으로 건설이 지체됐다면 흑산도공항은 환경훼손 등을 이유로 국립공원위원회 문턱을 10년 가까이 넘지 못하고 있다. 해상국립공원에서 개발행위를 하려면 먼저 국립공원계획 변경에 관한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흑산도공항은 2009년 국토부가 검토하면서 시작됐다. 2011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2015년 국토교통부가 흑산도공항 기본계획을 고시했다. 그러나 2016년 국립공원위원회가 국립공원계획 변경에 대해 보류결정을 내리면서 한차례 무산됐다. 당시 사유는 선박운항문제와 조류 충돌 등이었다.

2017년 서울지방항공청이 환경부에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2018년 7월 국립공원위는 국립공원 가치 훼손, 항공사고 우려, 경제적 타당성 등을 사유로 '계속 심의' 결정을 내렸다. 그 사이 흑산도 주민들이 청원서를 냈고, 지방의회와 국회까지 나서 흑산도공항 건설을 촉구했다. 그러나 국립공원위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결국 지난해 10월 국립공원위원회는 서울지방항공청이 심의 연기를 요청하자 '심의 중단'을 발표했다.

이런 와중에 울릉공항의 건설이 가시화되자 흑산도공항 건설을 재추진하려는 물밑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올해 4월 환경부장관에 다시 흑산도공항 건설을 위한 국립공원계획 변경을 건의한 상태다. 전남도는 또 줄곧 반대입장을 피력했던 일부 민간위원의 임기가 올해 만료되는 것도 흑산공항 건설을 재추진하는데 호재라고 판단하고 있다.

전남도와 신안군은 흑산도공항 재추진을 위해 경제적 타당성과 조류충돌 가능성 등 그간의 쟁점에 대해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민간위원들은 흑산공항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남도는 KDI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B/C가 4.38이 나왔고, 환경부 요구에 따라 변경된 예타에서도 B/C 1.9~2.8이 나왔다며 경제적 타당성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전남도는 조류충돌 가능성 지적에 대해서도 "공항이 건설되는 곳은 철새가 오지 않는 지역"이라며 "대체서식지를 만들어주겠다고 제시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흑산도공항이 들어설 지역의 생태등급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위원들은 보전해야 할 2등급 지역이라고 주장하지만 전남도와 신안군은 개발이 가능한 3등급 지역이라고 맞서고 있다.

전남도의 흑산도공항 재추진 입장에 대해 지역환경단체들은 발끈했다. 임경숙 목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주민들이 불편한 것은 이해하지만 국립공원을 해제하면서까지 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안된다"면서 "환경파괴, 경제성과 안전성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만큼 기존 반대입장을 고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흑산도공항은 국비 1833억 원을 들여 정원 50석 안팎의 항공기가 이착륙 할 수 있는 1160m 길이의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등을 건설할 예정이었다.

홍범택 최세호 기자 durumi@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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