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윤제용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

"환경정책 발전 방향은 국민이 정한다"

2019-07-18 11:18:51 게재

공감 못얻는 제도는 '무용지물' … 갈등 첨예할수록 속도조절

신뢰 없을수록 쓸데없는 규정 많아 … 사회는 축적 통해 발전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많은 의견을 냈어요. 현 시점에서는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의견들을 제대로 꿰어 해결해야죠.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그런 리더십을 만들어 나가는 기구라 생각합니다. 국민 공감을 얻지 못하는, 소통과 참여가 없는 환경정책은 효과를 내기 어려워요."
윤제용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환경연구기관장협의회장(2019년~) △적정기술학회장(2015~2019년 1월) △서울대 아시아에너지환경 지속가능발전연구소장(2015~2017년) △국경 없는 과학기술자회장(2013~2016년) △정부지속가능발전위원회 수자원분과 위원(2000~2001년)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1999년~) 사진 이의종

16일 세종시 국책연구단지에서 만난 윤제용(58)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은 인터뷰 내내 소통을 강조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환경정책 연구와 환경영향평가 검토 업무 등을 담당한다.

"환경 갈등은 곳곳에 존재합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측면이 있죠. 경험이 많지 않다보니 불신의 깊이가 깊고, 해결 비용이 많이 들 때도 있어요. 한 예로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높습니다. 미세먼지를 둘러싼 여러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해관계들이 충돌하고, 그만큼 해결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국민들이 공감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죠."

"환경정책은 환경부 혼자 할 수 없어"

윤 원장은 갈등이 첨예할수록 환경정책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을 지키자'라는 구호도 좋지만, 단순히 그 단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자연과 조화롭게, 지속가능하도록 만들고, 국민들이 그 속에서 삶의 질을 유지하고 행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다는 점이죠."

윤 원장은 "환경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걸 깨달아야 환경정책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와 협력을 강조하기 위한 말이다.

"지속가능한 사회, 공간이 있어야 우리는 살아갈 수 있죠. 도시 속에 있는 집, 직장 등 모두 환경정책과 관련이 있습니다.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규제가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다고 기업이 존속하지 못할 정도로 규제를 하면 사회가 지속될 수 없어요. 산업체와 상의를 해서 제도를 만들어야죠. 사실 이게 말이 쉽지 굉장히 어려운 과제에요."

4대강 갈등, 일관성 있는 방향과 소통 필요

우리나라 환경법이나 제도는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다. 새 환경규제를 만들기보다 이미 있는 제도가 현실에서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서로 불신하다보면 모든 일을 규정으로 통제하려는 성향이 강해지죠. 종전에 있는 법들이 충분히 작동을 하지 않으니 또 법을 만들고, 쓸데없는 규정들이 많아지는 겁니다."

윤 원장은 우리 사회 발전 방향은 국민들이 정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국민 생각을 잘 받아들여 현실화하는 것. 물론 국민 생각이 때론 균형감이 없거나 사회의 큰 발전방향과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갈등과 불신이 많은 사회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 윤 원장은 이럴 때일 수록 '소통'의 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4대강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기본적으로 강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긴 호흡에서 보면 강은 인간이 이용하면서 늘 변해왔어요. 4대강사업은 규모가 너무 크고, 영향도 광범위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죠. 당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지혜롭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공사는 마무리 됐고 쉽지 않은 숙제가 남아있죠. 어려운 문제일수록 일관성 있는 방향과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론 숙제를 풀어가는 속도도 조절해야죠."

윤 원장은 환경정책이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 관련 비용지출이 늘어나는 요즘, 정교한 환경정책 수립 필요성이 더 강조되는 상황. 윤 원장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각종 정책들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원인 분석이 있고 거기에 맞는 후속조치를 해야 하는데, 반짝 관심에 발맞춰 나오는 대책들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짝 관심 그치면 안돼, 미래세대 교육 중요

"환경에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은 정해져 있어요. 관심이 커지면 파이도 늘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중요도에 따라 A라는 곳에 쓰일 재원이 B로 대체되는 식이에요. 제대로 재원이 활용되려면 관심이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사그라지지 않도록 장기적으로 국민들의 인식을 끌고 가야합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국민과 함께 위원회'를 운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 시절 만든 조직으로 국민 삶에 필요한 환경 연구 과제를 발굴하고 그 성과를 공유하는 게 목적이다. 17일에도 서울LW컨벤션에서 국민과 함께 위원회를 열고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우리 사회는 축적을 통해 발전해 갑니다. 전임자가 한 일이라고 해서 무조건 없애는 건 합리적이지 않죠. 좋은 제도는 살려서 계속 발전시켜야 합니다. 진정한 리더십은 '나를 따르라'식으로 권위를 앞세우는 게 아니라 구성원들이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한 조직이든 사회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공감' 형성이 중요하다. 윤 원장이 미래세대의 환경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점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이 공부 등으로 바쁘다 보니 자연에서 즐기고 이해하는데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녹지도 없는 도심에서 자란 어른이 생물종 보호가 중요하니 투자를 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할까요? 미래세대들이 환경가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이 중요합니다. 말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서 앞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당장 29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세종국책연구단지 어린이캠프'가 열린다. 일종의 아웃리치 프로그램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직원들이 재능 나눔을 한다. 세종국책연구단지 직원 자녀들이 가족과 함께 부모의 일터를 견학하고 환경 특강을 들으며 환경 가치와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게 목표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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